막 오른 대학 구조조정… 부실대학 제재 통해 자발적 퇴출 유도

입력 2010-09-09 21:16


대학 구조조정의 막이 올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7일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30개 대학의 명단을 발표한 것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과부는 열악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대학의 난립이 부실한 고등교육의 주범이라고 판단하고 대학 구조조정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교과부는 법제화를 통한 행정·재정적 제재와 부실대학의 자발적 퇴출이라는 ‘투트랙 접근법’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법제화를 통한 구조조정 추진=교과부는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구조조정의 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국회 교과위에 상정된 상태다. 교과부 관계자는 9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면 대학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핵심은 사립대학 구조개선위원회 설치다. 이 위원회는 실태조사 대상 사립대 선정, 경영 부실대학 심의·지정 등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막중한 권한을 지닌다. 교과부 장관은 법조인, 회계사, 사립대 경영자, 교수,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15명 이내에서 위원을 위촉할 수 있다. 교과부 공무원도 1∼2명 포함될 수 있지만 민간 주도로 사립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구조개선위의 결정으로 경영 부실대학으로 선정되면 정원 감축, 신입생 모집 중지 등 행정적 제재를 받게 된다. 또 정부 지원사업 배제 등 재정적 불이익도 피할 수 없다. 교과부는 행정·재정적 채찍을 통해 경영 부실대학을 압박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구조개선위가 부실대학의 저승사자는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영자문을 통해 회생 가능한 대학은 특성화 대학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태조사와 경영자문 결과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 내려진 대학은 자발적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퇴출 대학 재학생과 교직원 피해 최소화=정부는 경영 부실대학의 자발적 해산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도 마련하고 있다. 교과부는 학교법인을 해산할 때 남은 재산이 사실상 국고로 귀속되는 조항을 변경해 공익 목적의 다른 사업에 쓰일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잔여 재산의 10∼30%를 설립자나 학교법인 관계자에게 돌려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영 부실대학이 승인된 계획에 따라 보유자산을 처분할 때 정부가 직접 매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른 학교법인이 부실대학을 사들일 때 필요한 운영자금의 융자도 지원할 계획이다. 돈 때문에 퇴출이나 합병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퇴출 대학의 재학생과 교직원을 보호하는 것에도 크게 신경 쓰고 있다. 교과부는 퇴출 대학의 학생이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대학이 이들 학생의 편입학을 수용할 경우 별도의 정원으로 관리토록 할 방침이다. 교직원은 명예퇴직 제도를 시행해 퇴직 보상금을 지급하고 생계안정과 재취업을 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부실대학 법인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구조조정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일부 학교법인은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강하게 저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