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필터’ 겹겹으로… 5년간 카드내역도 뒤진다
입력 2010-09-09 18:40
청와대가 9일 내놓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 방안은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일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이후 청와대의 인사 검증 능력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런 만큼 이중 삼중의 검증 단계를 신설했고, 최근 5년간 신용카드 내역까지 점검하는 등 촘촘히 그물망을 짰다.
◇청와대의 새로운 시도=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회 인사 청문회에 앞서 청와대가 유력 후보자를 대상으로 ‘모의 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벼르는 혹독한 인사 청문를 앞두고 후보자는 사전에 청문회를 경험해 볼 수 있고, 청와대는 부적격자를 최종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셈이다. 지금까지 김 전 총리 후보자 등 국무위원 후보자들도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모의 청문회를 열었지만 민감한 신상 문제는 제외하는 등 ‘실전’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했다는 게 중평이다.
인사 청문회에서 논란 소지가 될 만한 사안은 청문회 전에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도 이전에는 없던 방식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본인들에게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청와대에서) 검증했더니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발로 뛰는 검증도 강화된다. 서류상 하자가 없더라도 부동산 소재지나 주소이전지 등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것까지 물어본다=최초로 공개된 고위공직자 자기 검증서 200개 항목에는 위장전입,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등 인사 청문회 도입 이후 논란이 됐던 사안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특히 8·8 개각 청문회에서 일부 후보자들의 낙마 원인으로 작용했던 내용이 50여개의 새로운 항목에 들어갔다. 공용차량 등 공용물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는지, 사적인 일에 부하직원을 동원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은 김 전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들이다.
본인, 배우자, 자녀 중 외국 영주권을 보유했거나 이중국적 상태인지, 본인과 가족들이 실제 근무하지 않는 회사로부터 급여나 고문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묻는 항목도 새롭게 포함됐다. 검증서 질문을 통해 고위 공직자 가이드라인도 유추해 볼 수 있다. 해외여행 시 면세점에서 400달러 이상 물품을 구매한 경험을 묻는 항목은 400달러 미만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사인(私人) 간 채권 및 채무는 1000만원 이내, 가족 간은 2000만원 이내면 무방하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미성년 자녀의 고액예금 한도는 1500만원, 무소득 성년 자녀는 3000만원이다. 규정속도 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도 1년에 2회까지는 고위 공직자로 추천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