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메드베데프, ‘정치적 스승’ 푸틴 또 공격

입력 2010-09-09 18:30

정치적 제자와 스승 관계였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연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2년 대권을 잡기 위한 권력 투쟁을 암시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8일 각료회의에서 푸틴 총리 관할 하에 있는 산림청과 그가 대통령 시절 제안해 만든 산림보호법의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올 여름의 대형 산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메드베데프는 “이번 산불은 현재의 산림보호법과 산림관리기구가 원래 목적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중순 푸틴 총리의 제안으로 산림청이 농업부 산하에서 총리 직속 기구로 개편됐다. 역시 푸틴이 제안해 2006년 산림보호법이 만들어졌다. 이런 점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발언은 우회적으로 푸틴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푸틴 총리가 연말까지로 정한 곡물수출 금지조치 시한을 그 이전에 해제할 수 있다며 푸틴의 일방적 독주 행태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지난달 말엔 푸틴 총리 승인 하에 추진되고 있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중단시키기도 했다.

러시아 정가에선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푸틴 총리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자신감에서 독자 행보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여전히 1인자로 통하는 푸틴 총리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김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