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특채 공정성 갖추겠다지만
입력 2010-09-09 17:39
정부와 한나라당이 행정고시 선발 인원의 50%를 민간 전문가 중에서 선발키로 했던 방안을 철회키로 했다. 당정은 어제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행정고시 명칭은 ‘5급 공무원 공개채용 시험’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각 부처가 시행하는 특채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채용박람회 형식으로 일괄 실시키로 했다.
행안부의 당초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고시를 사실상 유지키로 한 것은 현 시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다. 국민은 이번에 장관 딸에게 맞춤형 특혜를 안겨준 외교통상부의 특별채용 실상을 보면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외교부에서는 2006년에도 고위간부 자녀 2명을 채용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특채 비리가 아예 보편화된 느낌이다.
국민은 당연히 다른 부처들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외교부 사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특채 관련 비리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신뢰의 위기라 할 만하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당정협의에서 원안 추진을 고집했다니 보통 배짱이 아니다.
물론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필요할 때는 특채가 효율적이다. 그러나 그 경우도 채용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자격을 갖춘 모든 사람이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하고 전형 또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행안부가 일괄 실시한다면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는 등 특채를 둘러싼 잡음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특채 비율 확대는 아직 시기상조다.
취지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가치가 있다. 문제는 투명사회를 선도해야 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편법과 탈법을 자행하고 있으니 정부가 아무리 공정을 외친들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입학사정관제는 공무원 특채제도와 같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 것도 흘려 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대입에 대한 국민의 열정을 감안할 때 면접으로 뽑는 입학사정관제가 특혜시비 없이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신뢰 없이 추진하는 정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