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개월 넘도록 ‘집시법 공백’ 방치하다니

입력 2010-09-09 17:37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올 6월 30일까지 법을 개정토록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는 개정시한 2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방치하고 있다. 법률 공백 상태를 초래한 국회는 한마디로 중대한 직무유기다. 급기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계속 반대할 경우 강행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은 1962년 집시법 제정 때부터 있었다. 주간 집회에 비해 폭력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 법을 제정한 것이다. 1989년 개정할 때도 이 조항은 존속됐다. 실제로 야간집회가 폭력화하는 비율은 주간의 13.8배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는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 허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허용·금지 시간을 적절히 정함으로써 합리적으로 집회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규정된 옥외집회 금지시간을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로 바꾸고 관리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제한 없이 집회를 허용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반면 민주당은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주거지역이나 학교, 군사시설 주변 등에서만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따지고 보면 내용이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다. 성의를 갖고 협상하면 얼마든지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걸 왜 여태까지 미뤄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안대로 법을 개정할 경우 또다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며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률 공백 상태를 언제까지 방치하겠다는 건지 걱정된다. 현재 야간집회는 노동계 등이 4대강 반대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2개월 뒤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하는데 하루빨리 집시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치안을 확보하기 어렵다. 여야는 당장 협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