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임원 사전 검증’ 논란 끝에 없던일로

입력 2010-09-09 18:46

서울시교육청의 송병춘 신임 감사담당관이 9일 사립학교 임원의 교육자 자질을 사전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학 업무를 담당하는 시교육청 사학지원과는 곧바로 “그런 권한이 시교육청에 없다”고 해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으로 최근 외부 공모로 임용된 송 담당관이 해당 부서와 조율 없이 돌출발언을 해 불협화음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 담당관은 9일 “문제가 있는 인물이 사학재단 임원으로 선임되면 취임승인 신청을 반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학은 임원진이 바뀔 때 마땅한 검증 절차가 없어 건학이념에 합치하지 않는 인물이 경영권을 넘겨받는 경우가 생긴다”며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담당관이 밝힌 복안은 비리가 없더라도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따져 해당 학교 정관에 규정된 건학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로 판단되면 승인신청을 반려하겠다는 것이다. 사학 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다.

사학지원과는 해명자료를 내고 “법률 자문 결과 임원의 결격·제한 또는 임원 취임 승인 취소와 같은 사유가 없는 이상 임원 취임 승인 신청을 거부하거나 반려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사학재단 임원진의 범법 행위가 아닌 자질을 시교육청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20조는 ‘임원은 이사회에서 선임해 관할청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승인 취소 기준은 회계부정, 횡령, 뇌물수수 등에 한정하고 있다. 사학지원과는 임원 취임 승인을 검증하기 위한 심사위 구성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담당자도 아닌 감사담당관이 소관부서와 협의 없이 현행 법률상 불가능한 방안을 밝힌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특정인이 사학의 건학이념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시교육청이 무슨 잣대로 판단할 수 있냐”고 반문하며 “감사담당관의 ‘오버’”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학 임원 검증은 감사담당관의 권한이 아니고 법을 보더라도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송 담당관도 애초 발언을 번복했다. 송 담당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부 검토 단계지만 인터뷰 내용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노코멘트하겠다”며 말을 뒤집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