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銀 메가뱅크 성장 해외은행부터 품어라”… 산은硏, 세계 50대 은행 보고서
입력 2010-09-09 19:00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로 성장하려면 해외 은행을 인수·합병(M&A)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은행 간 M&A 바람이 불고 있지만 단순한 규모의 대형화로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9일 ‘세계 50대 은행의 국가별 분포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세계 50위권에 진입하기 위해 유럽 은행의 성장 모델을 참고하라고 밝혔다. 독과점 폐해라는 부작용을 막고, 업무를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해외로 눈길을 돌리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일본·유럽 은행 대부분이 자생적 성장보다 M&A로 대형화에 성공했고, 유럽 은행들은 50위권에 절반 가까이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은 자국 경제에 미치는 독과점 폐해 방지, 업무 다각화를 위해 해외 은행과 합병했다.
대표적 성공 사례인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자산 기준 세계 14위이고 총자산 규모가 스페인 국내총생산(GDP)과 같지만 자국 시장점유율은 16%에 불과해 내수시장에는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윤경수 전임연구원은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등을 활용하면 세계 50위권 은행에 근접할 수 있지만 규모의 대형화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곤란하다. 유럽 은행처럼 해외 은행과 합병 추진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GDP 규모 상위 20개국 가운데 50대 은행이 없는 국가는 한국(GDP 순위 15위), 인도(11위), 멕시코(14위), 터키(17위), 인도네시아(18위)뿐이다. GDP 규모 상위 20위권 밖 국가 중 스웨덴(22위)과 덴마크(31위)는 50대 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은행 가운데 기본자본 기준 1위인 국민은행은 50위 은행 대비 63% 수준에 불과하다. 자산 기준 1위인 우리금융지주는 50위권 은행 대비 58% 수준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