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조용래] 제4세대 한국경제 순항하려면

입력 2010-09-09 17:39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15일로 만 2년이다. 위기의 여파는 아직 진행형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마르크스경제학 쪽에선 자본주의의 자체 모순이 극명하게 나타난 것으로 본다. 반면 주류 근대경제학자들은 일부 몰상식한 금융회사들의 탐욕적 일탈에 따른 일시적 혼돈이기에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자본주의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묵은 자본주의 붕괴논쟁이라는 점에서 재미가 덜하다. 관심이 가는 쪽은 어떤 견해든 앞으로 세계자본주의는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바로 세계경제의 진화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경제는 끊임없이 변신해왔다. 자유방임주의에 입각한 고전 자본주의는 1929년 대공황을 계기로 정부 개입을 용인하는 수정자본주의로 탈바꿈했다. 수정자본주의는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쪽으로 일신했다.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의 탄생이다.

세계자본주의의 틀 바뀔 것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 바로 지금의 글로벌 위기다. 당연히 다음 세대의 자본주의는 기존의 신자유주의를 구축하는 쪽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는 분명치 않지만 시장근본주의와의 결별임은 분명하다.

한국경제는 이력이 짧아 세계경제의 세대 구분에 맞춰 끼워 넣기도 쉽지 않다. 세계경제의 세대 구분이 시장과 정부 중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이냐의 다툼으로 전개됐지만 한국경제는 처음부터 정부 주도로 출발했고 지금도 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굳이 세대를 구분하자면 그 기준은 경제정책 운영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다. 1960∼70년대 제1세대 땐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업을 팍팍 밀어줘 본때 있는 대기업 한번 키워보자는 것이 국가적 의제였다.

80년대 들어 대기업 몰아주기의 폐단, 즉 과잉 대외부채, 격차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고성장을 지양하고 내수에 초점을 맞춘 제2세대를 맞는다. 하지만 그건 잠깐뿐이었다. 80년대 중반 원유가·국제금리·원화가치 하락, 이른바 3저를 맞아 일시적인 호황을 누리면서 한국경제는 다시 고성장·대기업 중심구조로 회귀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과잉 부채, 격차문제 등의 고질은 해소되지 않고 규모만 키워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과 이행명령을 받아들면서 한국경제는 부채 줄이기, 규제 낮추기, 정부개입 최소화 등을 중심과제로 삼은 제3세대로 접어들었다.

제3세대 한국경제는 이전보다 더욱 수출 확대를 꾀하면서 부채를 낮춰갔고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도 금융위기가 터지자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환율은 폭등하고 제2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가 겪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이렇듯 살얼음판인 것이다. 한국경제야말로 더 이상 좌절을 맛보지 않으려면 새로운 제4세대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출·내수 이중구조 손봐야

수출주도형 성장 패턴,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의 이중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오랜 수출대국 일본이 지금도 이중구조와 그로 인한 양극화로 휘청거리고 있음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수출을 줄이자는 게 아니다. 내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4세대 한국경제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 정부도 친서민, 공정사회 등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구체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세계경제의 변신 이후 이상으로 제4세대로 탈바꿈할 한국경제의 순항에 희망을 걸고 싶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