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계 개교회주의 넘어선 파트너십 뜬다

입력 2010-09-09 19:20


지난달 말 중동선교회 등 5개 선교단체와 ㈔한국기독학생회(IVF)는 DVD 동영상 ‘잊혀진 형제 이스마엘’을 출시했다. 45분짜리 영상은 6개 단체 노하우를 집약했다. 파키스탄 이집트 영국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을 영상에 담았고 각 단체별 선교 방법도 담았다. 기획부터 모금, 촬영, 편집 등을 공동으로 했고 5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한국프론티어스선교회 이현수 대표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슬림 선교를 위해 함께 흘린 땀과 기도만 남는다”고 말했다.

파트너십이 대세다. ‘동반자 관계’ ‘협력’ 등으로 해석되는 파트너십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를 배제하고 목표를 지향한다. 미국의 대표적 파트너십 전문가이자 선교전략가인 비전 시너지(Vision Synergy)의 팀 버틀러 대표는 “효과적인 협력은 비전을 공유한다. 파트너십은 행사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모두 섬기는 자가 되어 자신의 노하우와 비결을 공개하고 이를 공동 비전으로 삼는 것이다.

특히 선교계에서 파트너십이 활발하다. 선교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단체 간 협력이 필수가 됐다. 세계 선교의 장애물로 떠오른 민족주의나 종교적 근본주의 등을 넘어서기 위해서 상호 협력은 기본이다. 특정 선교단체나 개교회 만으로는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슬람 선교를 위한 ‘아라비아반도네트워크’나 최근 결성된 ‘이슬람 파트너십’을 비롯해 선교한국대회, 한인디아스포라포럼 등은 좋은 예다. 이들은 선교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선교전략을 함께 모색하며 서로 적극 돕는다. 단체 이름 내걸기는 안중에도 없다.

GO선교회 김마가 선교사는 “파트너십은 공동 목표를 위해 자기 명예나 이익을 죽이는 것”이라며 “파트너십은 교회 본래의 사명인 복음 전파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사례는 교회 밖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어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테드닷컴(TED.com)은 이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분야에서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강연과 대화를 무료로 제공한다.

요즘 최고 동영상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Justice)’ 강의다. 55분짜리 하버드대 강의를 링크했다. 사이먼 시넥의 ‘위대한 리더들은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주나’ 강의도 인기다.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과정도 필요 없다. 그저 클릭 한 번이면 명사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동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제인 구달도 만날 수 있다. 영어가 기본 언어이지만 각국 언어로 자막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 모든 과정이 파트너십에 의해 이루어진다.

테드닷컴의 존재 목적은 하나다.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것(Spreading ideas)’이다. 이들은 ‘아이디어는 확산시킬 가치가 있다(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내세운다. 모든 지식은 공유돼야 한다는 신념에서 동영상 업체 및 번역자, 강연자 등과 협력하는 것이다.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웹 기반 다언어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위키백과)의 존재 목적도 유사하다. 위키피디아의 목적은 모든 사람을 위한 지식 공유다.

서울 사당동 꿈누리교회 라영환 목사는 테드닷컴의 매력에 빠졌다. 라 목사는 “교회야말로 ‘예수는 확산시킬 가치가 있다(Jesu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뭉쳐야 되지 않겠느냐”며 “공동체성이라는 교회의 원리가 일반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복음 전파의 사명을 이루기 위한 지역교회의 파트너십이 증가하고 있다. 부산 영도구의 30여 교회는 2006년부터 ‘러브 영도’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연합예배 수준에서 탈피해 부산에서 가장 영세한 지역으로 꼽히는 영도를 섬기기 위해 교회가 나선 것이다. 행복한 가게, 쌀 은행, 연탄은행, 바자 등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러브 영도’를 제안한 영도중앙교회 김운성(53) 목사는 “영도구 지역 교회들은 확고한 복음 전도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파트너십을 위해서는 배려와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 복음화를 위한 문화축제 ‘청예제’도 낙후된 농촌교회 연합과 복음화를 위해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손을 잡은 행사다. 다음 달 16일 괴산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리는 축제는 올해로 3년째. 지난해 2500명 주민이 참석했고 78개 교회가 협력했다. 올해는 인근 증평군 교회들도 돕기로 해 규모가 커졌다. 괴산 복음의원 이승희 원장은 “뜻있는 성도와 기업체, 선교단체, 교회 등이 복음을 위해 하나 됐다”며 “자기 이익을 내려놓고 복음 전파를 위해서만 힘쓸 때 초교파적 전도집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