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PC가 우리 삶을 180도 바꾼다!
입력 2010-09-09 17:45
아이패드 혁명/예병일 등 10인/예인
올해 4월 3일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가 발매되자 미국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이패드용 뉴스 애플리케이션을 발빠르게 내놨다. 요금은 1개월에 18달러였다. 독자들은 반발했다. 온라인이든 종이로 된 신문이든 지금까지 구독료는 월 9달러 미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패드용 월스트리트저널은 1주일치 신문 기사를 아이패드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기사를 스크랩했다가 나중에 읽을 수도 있고 이메일로 공유할 수도 있다. 기사 곳곳에 동영상도 배치돼 있고, 코카콜라, 뷰익 리걸 등 다양한 동영상 광고도 눈에 띈다. 신문에선 한 장만 볼 수 있었던 사진도 손가락을 움직이면 여러 개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비싸지만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뒤를 따랐고 뉴욕타임스와 더 타임스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절박한 위기에 몰린 신문산업이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은 것이다.
아이패드가 불러올 혁명은 신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출판, 방송, 게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이 새롭게 변하고 있다. 왜 아이패드가 차세대 혁명의 기수로 꼽힐까. 아이패드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런 의문을 더욱 증폭시킨다.
아이패드는 태블릿PC의 범주에 속한다. 태블릿PC란 키보드 대신 화면을 손이나 펜을 이용해 터치해 구동시키는 컴퓨터를 지칭한다. 이런 형태의 PC는 이미 10여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턱없이 부족해 태블릿PC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자연스레 태블릿PC는 잊혀지는 듯 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가 지난 1월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만 해도 “단지 아이폰이 커진 것 뿐”이라며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던 것은 태블릿PC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을 통해 기존에 있던 것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애플은 그들의 정책을 따라야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개발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애플 생태계를 만들었다. 일단 애플의 생태계에 들어온 사람들은 만족감을 느끼고 떠나지 않는다. 소위 ‘애플빠’라 불리는 열혈 팬들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애플이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가 만족할만한 터전을 제공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이패드는 아이팟터치와 아이폰의 앱과 호환성을 가지면서 더 많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확장성까지 가졌다.
아이패드가 가져올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다. 전자책이 활성화 되면 유통혁신이 일어나 출판업계도 롱테일 비즈니스가 가능해질 수 있다. 전자책, 소셜 웹서비스와 결합해 교육 쪽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컴퓨터 게임에 비해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이 높은 아이패드용 게임 앱은 기존에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패드 이후 삼성 등 전자업체들은 앞 다퉈 태블릿PC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아이패드와 함께 태블릿PC 시장 파이를 키우려면 하드웨어 중심의 마인드를 버리고 애플처럼 유무형 재화와의 복합적인 교집합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IT전문기자, IT업체 대표,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전문가 10명이 아이패드가 만들 미래를 예측한 글이다. 이들은 모두 아이패드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고 단언한다. 아직 한국에는 아이패드가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혁명이 도래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았다고 진단한다. 아이폰, 아이패드에 아이TV까지 진용을 갖춘 애플이 음악, 동영상, 책, 교육 등 비즈니스 전반을 장악할지, 아니면 전열을 가다듬은 구글,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업체들이 반격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