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문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주최… 첫 ‘웰 다잉 영화제’ 열려

입력 2010-09-09 19:30


죽음은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를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특히 영화 속에서 만나는 떠남과 남겨짐, 화해, 용서, 사랑, 감사, 나눔의 경험은 우리 모두를 성장시켜 준다. 대중에게 친근한 영화 매체를 통해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고, 슬픔을 넘어 존엄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웰 다잉(Well-Dying) 영화제’가 최근 성황리에 끝났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회장 홍양희)가 마련한 행사는 영화를 통한 죽음준비 교육에 한 걸음 다가서게 했다고 평가된다.

상영된 ‘원더풀 라이프’ ‘애자’ ‘씨 인사이드’ ‘밀리언 달러 베이비’ ‘내 사랑 내 곁에’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잠수종과 나비’ ‘허브’ 등 8편의 영화는 생명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하는 작품들이다.

‘잠수종과 나비’는 존엄한 죽음의 방식과 실천에 대한 답을 찾게 한 영화였다. 프랑스 ‘엘르’의 편집장으로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던 장 도미니크 보비(매티유 아맬릭)는 어느 날 갑자기 왼쪽 눈을 제외한 어떤 부위도 움직이지 못하는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폐쇄증후군이었다. 마치 잠수종(소형 잠수기구) 속에 갇힌 것 같은 절망 속에서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영화는 분노와 좌절 속에서 장애를 수용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지막 순간을 맞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 도미니크 보비는 언어치료사의 아이디어로 나락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해당 알파벳에서 눈을 깜박여 단어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소통의 길을 찾았다. 몸은 비록 캄캄한 물속의 잠수종에 갇혀 있지만, 마음만큼은 나비처럼 자유로웠던 그는 1년3개월 동안 무려 20만번 이상 눈을 깜박여 책 ‘잠수종과 나비’(1997년 3월)를 완성한 후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이 떠나갈 때 슬퍼하고 애도한다. 또 언젠가 우리 자신도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 세상에 어떤 지혜를 남길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남편 루디는 병에 걸려 죽어가지만 그 사실을 모른다. 아내 트루디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남편과 함께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베를린으로 떠난다. 그러나 아내가 먼저 죽게 되고 홀로 남게 된 남편은 아내가 원했지만 이룰 수 없었던 삶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평소 후지산과 부토댄스를 좋아했던 아내를 생각하며 일본 후지산으로 가 부토춤을 추며 죽음을 맞는다. 전 생애 동안 우린 어떤 기쁨을 찾았고 어떤 기쁨을 가족들에게 주었는지를 질문하게 만드는 영화다.

또 스페인의 선원 출신 라몬 삼페드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씨 인사이드’와 권투에 인생의 전부를 건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안락사 논란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는 각자 운명 앞에 놓여 있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운명보다 도전이, 능력보다 성취동기가, 환경보다 헌신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동안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영화 상영 후 관객들은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내가 어떻게 죽기를 바라는 것은 내가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 것’과 동일한 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영화제는 영화 상영과 명사초청 특별강연 및 세미나 등으로 진행됐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