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 제재안 발표] 플랜트 신규 수주 길막힐 듯… 수출중기 1600곳 교역·결제 차질 우려
입력 2010-09-08 18:55
정부가 8일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은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재조치에 따른 사업 차질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이란의 대응 수위에도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이란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선금을 미리 받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대금결제 등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제재 조치의 장기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에는 대림산업과 두산중공업 등이 15억 달러 규모의 정유플랜트 및 발전 프로젝트 공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건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제재조치 단행으로 당분간 신규 프로젝트 수주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진행 중인 공사의 중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사에 쓰이는 자재 상당수가 유럽에서 수입, 현지로 들어가는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이란 제재가 한층 강화될 경우, 자재 조달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화학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삼성물산 측은 “신규 비즈니스 발굴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원화결제 계좌 신설이나 대금결제 가이드라인 등 정부의 세부 조치사항들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 시장을 타깃으로 한 중소 수출업체들의 경우, 대기업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 들어 이란에 제품을 수출한 업체는 1600여곳으로 이 중 자동차와 철강 등 대기업 30여개사를 제외한 98%가 중소업체들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정밀기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D사는 지난 7월 4억원 규모의 금형을 2개 제작했으나 신용장(L/C)을 개설하지 못해 선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김용석 코트라 중아 CIS팀장은 “중소기업은 이미 7월부터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결국 이란이 원화결제를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 7월 중순 이후 수출을 중단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업계는 향후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도 “원유수입 대금 결제에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제3국을 통해 결제가 가능한 만큼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 이란 수출액은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29억2300만 달러이고 주요 수출품목은 철강판(5억7200만 달러)과 합성수지((3억6200만 달러), 자동차(3억4400만 달러), 자동차부품(3억 달러), 냉장고(2억800만 달러) 등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