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특채비리, 정부가 키웠다… 행안부, 감사원 지적에도 1년6개월간 방치
입력 2010-09-08 21:31
한나라당 진영 의원이 8일 공개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정부 부처의 특채 제도가 얼마나 자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별정직·계약직 공무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처별로 각기 다른 잣대와 기준을 갖고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정규직 경력 공무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해주는 것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경우와 같은 계약 전문직 특채보다 더 큰 특혜인 만큼 관련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처별로 ‘내 맘대로’ 뽑는 특채=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별정직·계약직으로 채용된 이들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면서 외부에는 공고조차 내지 않았다. 국방부와 조달청에서는 시험 공고 없이 각각 별정직 경력자 1명을 일반직으로 전환시켰고, 노동부도 계약직 경력자 1명을 일반직으로 뽑았다. 채용 과정에서 특혜나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1월 기관 소속 별정직·계약직 직원 27명만을 대상으로 응시 자격을 제한하고 외부 공고도 없이 비경쟁 방식으로 시험을 실시, 25명을 일반직으로 뽑았다가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와 여성부는 공고를 내고 일종의 제한경쟁 특별채용 절차를 밟은 뒤 별정직으로 근무했던 직원들을 일반직으로 받아들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외부 공고는 했지만 제한경쟁특별채용 절차는 거치지 않고 별정직·계약직 공무원들을 일반직으로 전환시켰다.
◇관련 기준 미비=해당 부처들은 이런 특채 방식이 공무원 인사규정에 위배되지 않거나 규정이 매우 모호해 판단이 불가능하다며 특채 선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개경쟁 시험으로 공무원을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12가지 경우에는 특별채용 시험을 통해 선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일부 채용 방식, 가령 연구·근무 경력자 특별 채용과 관련해서는 세부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별정직·계약직 공무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데는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도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규정만 있다는 것이다.
진영 의원실에 따르면 그러나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일선 부처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특채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방치한 측면이 있다. 최근 특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행안부가 먼저 각 부처에서 실시되고 있는 특채 제도의 실태를 파악하고, 미비한 관련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