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천정배도 출마… ‘빅3’ 초반부터 신경전 후끈
입력 2010-09-08 18:21
민주당에 장이 섰다. ‘빅3’(정세균·손학규·정동영)를 포함한 당권 주자 16명의 잇따른 10·3 전당대회 출마선언으로 민주당 당사와 국회 기자회견장은 시끌벅적했다. 후보들 모두 정권 재창출을 외쳤지만 제시하는 노선은 제각각이었다.
◇정동영 천정배 등 출사표=정동영 상임고문은 8일 출마 기자회견과 오찬간담회를 잇따라 갖고 “담대한 진보로 진짜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사회복지 부유세 도입을 얘기했다.
정 고문은 “역동적 복지국가의 출발은 재원 확보”라며 “재원 대책 없는 복지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 공약으로, 일본 민주당은 아동수당 약속으로 집권했다”며 “부유세로 마련한 재원으로 노후연금과 아동수당 등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비전으로 민주당은 집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권 연합정치 방안으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용이한 독일식 소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천정배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당을 쇄신하기 위해 자신을 당 대표로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천 의원은 “국민과 함께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앞당겼지만 지금은 가장 힘없는 야당”이라며 “기득권의 장벽을 부수고 민주당을 하나부터 열까지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충청권 대표론과 강한 야당을 내걸고 출사표를 던진 양승조 의원은 “충청·중부권을 대표하는 새 인물이 최고위원이 돼야 정권 창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교동계의 막내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자’를 자임하는 장성민 전 의원도 “25년간 김 전 대통령을 모시고 갈고닦은 지혜와 전략, 역량을 쏟아부어 정권 교체를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초반부터 ‘빅3’ 신경전 가열=빅3 주자들은 날선 신경전을 벌이며 레이스 초반을 후끈 달궜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7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정세균 전 대표를 향해 “대권 도전은 안하고 당권만 잡겠다는 얘기는 (1970년대 초 야당 공천파동 때 당수였던) ‘유진산’식 공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대 룰 협상 과정에서 신임 대표가 차기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는 손 고문 측 주장에 대해 정 전 대표가 “당권·대권 분리가 안되면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줄 세우기를 할 수 있다”고 지적한데 대한 역공인 셈이다.
정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당내 몇 분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는데 지지율이 너무 낮아 걱정들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대선 승리 전망이) 불투명하지 않느냐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정 고문, 손 고문의 현재 지지율로는 차기 대선에서 어렵다는 것을 언급한 것으로, 정 전 대표는 “현재는 당 내외 인재들을 포함해 민주개혁 진영의 인재를 두루 육성해 판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고문도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주인인 당원 투표를 전대에서 50%까지 반영하자고 했는데 3년간 당권을 잡았던 측에서 하는 말이 당원 수가 불분명해서 안 된다고 반대했다”며 “어떻게 3년간 정당 대표를 역임했던 분들이 당원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느냐”며 전임 대표였던 정 전 대표와 손 고문을 비판했다.
천 의원은 “당을 기득권의 장벽 안에 가둬놓고 무능과 침체로 이끌었던 인물들이 대표가 된다면 당내 기득권 구조는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빅3를 싸잡아 비난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