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퍼지는 ‘공포’… 연일 폭력·테러 긴장 최고조
입력 2010-09-08 21:19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불러온다.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이 미국에서 확산되면서 무슬림도,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도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다. 9·11 테러 9주기를 앞두고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7일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달 21일 뉴욕에서는 한 대학생이 무슬림 택시 운전사를 칼로 찌르는 사건이 있었다. 9·11 테러 현장 인근에 이슬람센터를 건립하는 문제가 한참 논란이 되던 때였다. 미 이슬람협회 잉그리드 맷슨 회장은 “대부분 무슬림은 9·11 이후 가장 큰 위협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갈수록 대담해지는 이슬람 테러조직의 활동도 불안과 거부감을 키웠다. 지난 5월 뉴욕 맨해튼에서 탈레반과 연계된 차량 폭탄 테러가 시도되는 등 지난 1년 동안 30명 이상의 ‘미국 태생’ 테러리스트들이 체포됐다. 맷슨 회장은 “(9·11 테러 이후) 지난 9년 동안 이슬람은 폭력과 테러에 반대해 왔지만 극소수 극단주의자들이 더욱 극렬하게 행동하면서 우리의 메시지가 전해지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불안과 공포는 종교와 결합되면서 혐오증으로 번지고 있다.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예고한 테리 존스 목사는 자신의 교회 앞에 ‘이슬람은 악마의 종교’라는 푯말을 세웠다. 미 기독교교회협의회 마이클 키내먼 사무총장, 미 침례교회 로이 메들리 총회장, 가톨릭의 테오도르 매캐릭 추기경 등 미국의 종교지도자들은 7일 ‘반무슬림 광기(anti-Muslim frenzy)’를 경고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참여한 ‘공동선을 위한 신복음주의 연합’의 리처드 시지크 대표회장은 “무슬림에 반감을 표현하거나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하는 기독교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슬람 혐오증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이슬람센터 건립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공화당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와 존 코닌 상원 선거위원장 등은 보수층 결집을 위해 이슬람을 공격하고 나섰다. 뉴욕 월스트리트 모스크의 압둘 라우프 이맘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