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황급한 고소’ 미스터리… 검찰 수사 임박설에 先手?
입력 2010-09-08 21:22
말 그대로 좌충우돌이었다. 지난 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이후 일주일간 신한금융지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신 사장은 반발했고, 국내 사외이사는 소식도 몰랐으며, 재일교포 사외이사는 내분 사태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 모든 일은 은행이 미리 지주 이사회에 보고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치밀하기로 정평이 나있던 신한은행의 허술한 일 처리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검찰 수사 무마용이라고 주장한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8일 “당시 검찰 수뇌부에서 이 사건 첩보를 입수해 신한지주 수사를 결정했으며 3∼4일 내로 압수수색을 실시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잘못하면 신 사장 개인의 비리가 신한지주 조직 전체의 리스크가 되겠다고 판단해 이사회 보고 없이 일단 고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면 이사회도 충분히 이해해줄 것으로 알았다. 지금 와서 보면 그건 판단착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정보망은 금융권 최고로 꼽힌다. 높은 수익률도 타 지주사보다 앞선 정보망을 통한 리스크 관리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 김준규 검찰총장은 고소 3일 전 전국 특수부장회의를 개최하면서 사정 수사의 신호탄을 밝혔다. 금융 관련 범죄를 4대 중점 수사범죄로 선정했고, 불과 일주일도 안 돼 한화증권의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사건도 고소 사건 전담부서가 아닌 금융 전문 부서에 배당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신 사장 측은 이런 해석을 강력히 부인했다. 신 사장의 한 측근은 “우리 회사가 어떻게 커온 곳인데 (검찰 수사설 같은) 그 정도의 위기에 이렇게 강경대응을 하겠느냐”면서 “실제로 검찰의 수사계획이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라응찬 지주회장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라 회장은 2007년 차명계좌를 통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되면서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이 투신하면서 라 회장 사건을 포함한 박 전 회장 관련 혐의가 일제히 내사 종결됐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기회에 라 회장 수사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은행 측이 고소를 서둘렀을 것이라는 의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검찰마저 나설 경우 신한지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된다.
지주 측이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과신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신한지주의 산 증인으로 평가받는 라 회장이 나설 경우 쉽게 이사회를 설득시킬 수 있다고 오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사들의 반발만 증폭시킨 ‘헛발질’이 되고 말았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7일부터 이틀간 신한은행 지배인 이모씨를 불러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등 고소인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사장의 소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준구 노석조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