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제재,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입력 2010-09-08 19:32
정부가 장고 끝에 어제 이란에 대한 제재방안을 내놓았다. 사전 허가 없는 대(對) 이란 금융거래를 사실상 금지하고 102개 단체와 개인 24명의 금융거래 및 입국 제한조치가 취해지며,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영업을 일정기간 정지시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제재 강도가 일본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가볍다고만은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동안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참하지 않을 수는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오는 11월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일 뿐 아니라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대북제재에 국제사회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입장이다. 실리를 위해 명분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닥칠 부작용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가는 일이다. 이란은 수차례에 걸쳐 자국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에 경제적 보복을 가할 것임을 밝혔다. 이란이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한국산 제품의 관세 인상, 수입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이란과 거래중인 기업들이 수출 중단과 건설수주 차질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동의 큰손’으로 불리는 이란에서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닦아 놓은 기반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정부는 무역협회에 ‘대 이란 무역애로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분야별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제재가 계속되는 한 어느 정도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 같은 국면이 빨리 종식되는 것이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란과 충분한 대화를 갖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란도 우리나라가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제재 동참국에 대한 무차별적 보복은 이란의 이익과도 배치되는 만큼 상호 명분과 실리를 함께 살리는 쪽으로 설득하면 교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외교적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