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만 뽑아놓고 믿으라고… 민간인사찰 수사 종료
입력 2010-09-08 21:16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가 몸통과 배후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야당은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집중 제기키로 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8일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7개를 삭제한 혐의로 지원관실 진모 전 기획총괄과장을 구속 기소하고, 같은 과 직원 장모씨와 전 점검1팀 직원 권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진 전 과장과 장씨는 지난 7월 5일과 7일 지원관실 업무내용이 담긴 점검1팀과 기획총괄과의 하드디스크를 무단 반출해 경기도 수원 등에서 ‘디가우저’ 등 전문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운 혐의다. 검찰이 지원관실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자료 삭제 이틀 뒤인 9일이었다.
권씨는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 사찰과 관련한 지원관실 내부 결재서류와 컴퓨터를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이인규 전 지원관을 포함해 총 7명이 됐다.
검찰은 지원관실의 또 다른 민간인 사찰은 없었으며 청와대 인사 등 의혹이 제기된 윗선의 지시나 개입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에 대한 불법 사찰은 윗선 또는 비선 개입 없이 이 전 지원관이 주도한 지원관실 단독 범행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부분을 기소해 이번 수사는 일단락됐다”며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더 이상의 수사와 추가 기소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부 2급 공무원으로 지원관실 초대 책임자에 부임한 이 전 지원관이 단독으로 민간인 사찰을 지시하고, 정부 재산인 지원관실 컴퓨터를 통째로 훼손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검찰이 조사한 윗선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까지였다. 지원관실 자체 워크숍에 참석했던 이 전 비서관은 검찰에 한 차례 소환됐지만 검찰은 “사법처리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윗선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보강 수사하겠다고 밝혔으나 성과는 없었다.
검찰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정치권의 고소·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계속 조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건 본류와는 관련이 없어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