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한반도… ‘대화파’ 보즈워스 방한 눈길
입력 2010-09-08 21:35
한반도 정세가 미묘한 변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스티븐 보즈워스(사진)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다음 주에 한국과 일본, 중국을 방문한다. 북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7일(현지시간) 보즈워스 대표가 서울(12∼14일) 도쿄(14∼15일) 베이징(15∼16일)을 차례로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3개국 방문에는 성 김 북핵 6자회담 특사,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이 동행한다.
보즈워스 대표의 방한이 주목되는 이유는 최근 한반도 정세의 흐름이 미묘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유화적 태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대화를 주 임무로 하고 있는 보즈워스 대표와 성 김 특사가 움직이는 것이 눈길을 끈다.
북한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8개월째 억류 중이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를 석방했고, 나포했던 대승호 선원들을 30일 만에 귀환시켰다. 분배 투명성 준수를 사실상 미 정부에 합의해 줌으로써 1년6개월 만에 미국의 인도적 대북 지원을 받아들였고, 한국 정부에 쌀과 중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으로서는 대화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순차적으로 제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화 전제조건으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국제규범 준수와 이웃 국가들과의 선린우호 관계 유지 등에 대한 나름대로의 조치일 수도 있다.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워싱턴을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보즈워스 대표 등이 한국을 방문하게 됨으로써 북한 문제에 대한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한 평가와 분석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가 북한 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고 평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당장 대북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동안 한·미가 강조해 온 의미 있는 비핵화 진전 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도 못할 뿐더러 대북 제재도 함께한다는 한·미의 투트랙 원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한·미는 아직 북한 태도를 평가 중”이라며 “좀 더 지켜보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크롤리 차관보도 지난주 우다웨이 대표의 6자회담 재개 강조에 대해 “북한이 수주간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며 북한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밝혔다.
워싱턴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중이 대화 공세로 나오는데 한·미가 계속 강경 국면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