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은 무엇인가

입력 2010-09-08 18:16


(10) 성경은 어떻게 구분되었는가?

성경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고 모든 지적인 요구들을 충족시켜주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때로 모순처럼 보이고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들은 성경 그 자체에 어떤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제한적인 지식을 가진 인간이 그 의미와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의문을 품어보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성경은 어떻게 배열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구약성경이 배열된 순서는 히브리어 성경과 70인역 성경(영어나 독어, 한글 성경도 포함)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히브리어 성경은 율법(토라, 창∼신), 예언서(네비임, 수∼말), 시가서(케투빔, 시∼대)로 되어 있다. 그러나 70인역은 모세오경(창∼신), 역사서(수∼에), 시가서(욥∼아), 예언서(사∼말)로 되어 있다.

히브리어 성경은 정경으로 인정된 순서, 즉 모세오경(주전 5세기, 에스라 시대), 예언서(주전 2세기), 시가서(주후 90년께)를 따르고 있지만, 70인역은 이스라엘 시대, 즉 이스라엘의 과거(창∼에), 현재(욥∼아가, 미래(사∼말)를 순서적으로 배열하고 있다. 예수님 당시에는 시가서가 정경으로 확정되지 않았기(주후 90년께 얌니야 회의에서 확정됨) 때문에 성경을 언급할 때는 “율법과 선지자”(마 5:17, 7:12)라고 하셨다.

신약성경은 어느 정도 70인역의 순서에 맞추어 복음서(마∼요), 역사서(행), 서신서(롬∼유), 예언서(계)로 배열하고 있다. 특히 서신서는 바울 서신과 일반(공동) 서신으로 나눈 다음 바울 서신은 지역 이름(로마 고린도 등)이 있는 서신을 먼저 앞에 놓고 그 뒤에 사람 이름(디모데, 디도 등)이 있는 서신을 놓았으며, 장수가 많은 서신을 앞부분에 배열하였다.

둘째, 성경책의 제목은 어떻게 붙여졌는가 하는 것이다. 히브리어 성경의 제목은 원래 그 책의 첫 단어를 따서 붙였다. 예를 들면 창세기는 ‘뻬레쉬트’(태초에·1:1), 출애굽기는 ‘왜알레 쇄모트’(밖으로 나갔다·1:1), 레위기는 ‘와 이크라’(또 그가 불렀다·1:1) 등이다. 그러나 70인역은 책의 내용을 따라 헬라어로 창세기는 ‘제네시스(Genesis)’, 출애굽기는 ‘엑소더스(Exodus)’, 레위기는 ‘레비티쿠스(Leviticus)’ 등으로 제목을 붙였다. 신약성경은 각기 ‘유앙겔리온’(복음서) ‘프락세이스 아포스톨론’(사도들의 활동) ‘에피스톨라이’(서신서) ‘아포칼룹시스’(계시록)로 구분하였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성경책의 배열은 연대순서나 책의 중요성에 따라 정해지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셋째, 성경의 장(章)과 절(節)은 누가 언제 구분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원래 옛 성경에는 장과 절의 구분이 없었다. 특히 헬라어 대문자 사본에는 글자까지도 띄어 쓰지 않고 계속 연이어 쓰였고, 바티칸 사본(4세기)이나 알렉산드리아 사본(5세기)에는 각 책이 여러 개로 구분돼 있다.

오늘날의 장과 절로 구분한 사람은 켄터베리 주교 스테판 랑톤이었다(1204∼1205년). 그 후, 솔로몬 벤 이스마엘은 최초로 히브리어 성경의 일부 필사본에 랑톤의 장 표시를 적어 넣었으며(1330년), 로버트 스테파누스는 제네바 성경에 장절을 표시하였다(1551년).

누구든지 성경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성경은 단순한 책이 아니다. 반대하는 모든 것을 정복하는 능력을 가진 생명체이다.”(나폴레옹)

고영민 총장 <백석문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