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 제작 프로듀서 홀트·케네디 국민일보 방문 “할리우드 기독영화 만듭니다”

입력 2010-09-08 18:17


미국 할리우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화제작자들이 한국 목회자의 저서를 원작으로 한 기독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영화 프로듀서 제임스 홀트(48)와 제스 케네디(37)를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만났다. 이들은 지난 2일 개막한 충무로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홀트와 케네디는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하는 영화 속에 기독교적 의미, 긍정적 메시지를 주입하는 것이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고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시간여 동안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자신들의 영화 철학과 기독영화 제작 계획 등을 얘기했다.

홀트는 조지 클루니와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한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The Men Who Stare at Goats)’과 2008년도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 후보로 올렸던 ‘마이클 클레이튼(Michael Clayton)’ 등을 제작했고, 케네디는 리처드 기어가 나온 형사 액션물 ‘브루클린스 파이니스트(Brooklyn’s Finest)’를 만든 신진 프로듀서다.

케네디는 “성령을 소재로 한 가칭 ‘파이어(Fire)’란 기독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영화가 세상 사람들에게 기독교적 가치관, 긍정적 에너지, 도덕심 등을 심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화 파이어 제작에는 이들 외에 인기 애니메이션 ‘슈렉’ 시리즈를 제작한 ‘밴가드 필름스&애니메이션’의 존 윌리엄스 대표도 참여할 예정이다. 윌리엄스 대표는 이들과 함께 방한했다가 지난 4일 귀국했다.

파이어는 한국의 한 목회자가 쓴 책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현재 원작에 좀 더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해 영어로 각색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케네디가 말했다. 다만 영화 제작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해 원작이 어떤 책인지, 저자가 누구인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케네디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고통받던 사람들이 한 목사와 만나고 그 목사와의 경험을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스토리”라며 “현대물이지만 그 무대는 미국이 될지, 한국이 될지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홀트는 “당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려 했지만 실사 영화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구성 작가들과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를 정하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데려오고, 투자자들을 모으고 영화를 완성하는 데까지 2년 정도 걸리겠지만 되도록 일찍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상업적 성공이 강조되는 할리우드 풍토에서 기독영화 제작을 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말에 홀트는 “우리는 지금 경제적으로도 괜찮지만, 특히 영적으로 부유하다”며 웃었다. 홀트는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과 신앙을 담으면서 상업적 측면도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를 찾는다는 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지금껏 만들어 온 영화도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모두 기독교 신앙생활이나 선함, 도덕 등에 대한 얘기들”이라고 역설했다.

케네디는 “제대로 된 영화는 그 장르가 코믹이든 액션이든 혹은 가족물이든 간에 관객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그 에너지를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공포나 스릴러물은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영화들은 사람들이 폭력에 대해 무감각해지도록 하고 공포를 통해 상처를 주기 때문에 심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홀트는 “영화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때문에 힘이 있는 것”이라며 “‘나니아연대기’ 같은 영화는 종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일단 재미가 있다 보니 수많은 어린이와 어른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어도 당연히 기독교적 테마의 영화지만 그 표현 방법을 예술적 기술적으로 승화시켜 보다 많은 이들이 접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