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만 박사 유족, 고인의 뜻 받들어… 소장 도서 1035권 조선대에 기증

입력 2010-09-08 19:32


재미 경제학자 고(故) 신길만(사진) 박사 유족들이 조선대에 고인의 마지막 소장 도서 1035권을 기증했다. 지난해 78세로 타계한 고인의 유언에 따라 지난달 미국에서 배편으로 보내온 라면상자 80개 분량의 책자가 전남 여수항에 내려진 뒤 트럭에 실려 이 대학에 도착한 것은 지난 3일.

1998년 안식년을 맞아 객원교수로 광주에 6개월간 머물 당시 조선대와 인연을 맺은 고인은 전남 여수가 고향으로, 2001년에도 4277권의 도서를 조선대 중앙도서관에 기증했다.

그는 생전에 약속한 대로 70년대 초반부터 모아온 5300여권의 장서를 두 차례로 나눠 이 대학에 맡겼다.

재미 경제학자로 유명한 그가 기증한 책은 전공 분야인 경제는 물론 의학 물리 화학 생물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대부분 영어 원서로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전문서적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고인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61년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 코네티컷대 등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시간 페리스주립대에서 국제경제학과 국제금융학, 계량경제학 등을 강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던 것을 계기로 사형제도 반대를 실증적으로 연구·분석한 ‘사형과 범죄’를 펴내 국내외에 필명을 떨쳤다.

고인은 80년대 국내 대학들의 숱한 강연 초청에도 “군사정권에서는 귀국하지 않겠다”며 버티다 김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 비로소 고국 땅을 밟았다.

광주=장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