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공무원 특채
입력 2010-09-08 17:53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공채)의 시발점은 과거제도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과거제가 도입된 것은 고려 광종 때다. 다소 불완전하게 시행되다 조선시대 들어오면서 고급관리 선발 제도로 자리 잡았다. 과거제는 혈연, 지연, 정치적 파벌 등에 영향 받지 않고 능력 위주로 공정하게 인재를 등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명국가의 모범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과거제는 한일 합병으로 사라졌다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고등고시란 이름으로 사실상 다시 태어났다. 처음 행정과와 사법과로 나뉘어 시행되던 고등고시는 세월이 흐르면서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사법시험 등으로 분화됐다. 고등고시는 5급 공무원을 뽑는 대표적인 공직 입문시험으로 출세의 관문이다. 고등고시와 함께 7급, 9급 시험도 공채로 정착된 지 오래다.
공무원 시험에 특별채용(특채)이 조직적으로 도입된 것은 1977∼87년 시행된 유신 사무관 제도다. 육사를 졸업한 대위 혹은 소령 출신자를 5급으로 채용했다. 많을 때는 한해 100명 이상 공직에 들어왔다.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군수에 임용될 수 있는 직급을 줬기에 기존 공무원들의 반발이 심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특채는 김대중 정부 들어 중앙인사위원회가 생기면서 활성화됐다. 등용의 문을 활짝 열어 다양한 경력자를 발탁하겠다는 취지였다.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5급(일반직) 특채 비율이 27.6%나 된다. 다른 직급의 특채 비율도 비슷하다. 정부는 행정고시 신규 채용 인원을 줄여 2015년까지 50%를 민간 전문가 중에서 선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문가 선발의 경우 필기시험을 면제하니 특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특채 활성화는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딸 특채 비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과거제가 시행되는 동안에도 특채의 일종인 음서제(蔭敍制)란 게 있어 부정과 비리가 만만치 않았다.
감사원이 공무원 인사를 총체적으로 점검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당연히 특채 비리를 찾는 데 감사의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앙부처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감사가 철저하게 이뤄져 ‘권력층과 부유층을 위한 고시 특채 음서제 폐지하라’는 현수막을 내건 고시 준비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