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잃은 KBS 시청자委 선정, 감시 자격 있나
입력 2010-09-08 17:54
공영방송 KBS의 프로그램을 감시·감독하는 KBS 21기 시청자위원회가 관변·재계, 자사 출신 인사들로 채워져 편향성 논란을 빚고 있다. KBS 임원들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위원들의 임기는 9월 1일부터 1년이다.
KBS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 제87조에 따라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 각 부문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시청자위원회는 방송편성,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수신료 인상 과정에서도 시청자위원회의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어서 역할이 막중하다. 그런데도 지난 8월 30일 발표된 21기 시청자위원회는 관변·재계 인사, KBS 출신 인사 등 정부나 KBS, 여권에 우호적인 인사 위주로 구성됐다.
위원으로는 김광규 한국브랜드협회 회장,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 등 보수 재계 인사와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의 최미숙 상임대표가 선정됐다. 이성규 위원(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은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에 신청한 친여 인사고, 김주섭 위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이다.
연예·방송 전문 변호사인 홍승기 위원(한국엔터테인먼트학회 회장)은 방송사업자와 관계가 있는 연예 소송을 전담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시청자위원회 구성에 관한 권고안에 따르면, 기타 해당 방송사업자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는 시청자위원으로 위촉할 수 없다.
김민기 전 KBS라디오3국장과 KBS 아나운서실장을 맡았던 김상준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등 KBS 출신도 2명이 포함됐다. KBS 출신들이 ‘친정’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인숙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사 출신 인사들은 아무래도 자사 이기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KBS 감시를 소홀히 했다고 평가받는 20기의 위원 15명 중 7명이 연임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언론개혁시민연대에 따르면 20기(2009년 9월∼2010년 8월) 시청자위원회가 KBS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횟수는 213건(월평균 19.4건)이다. 19기(2008년 9월∼2008년 8월) 시청자위원회의 월평균 모니터링 횟수는 35.7건이었다. 특히 20기의 보도 관련 실적은 월평균 6건으로 19기(월평균 11.3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연임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위원들이 현상에 안주하거나 감시의 시선이 무뎌질 가능성이 높다”며 “시청자위원회 구성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