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걷기 여행-‘티치노의 호수와 산’] 호반에 빠진 古城

입력 2010-09-08 17:35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티치노 주는 남부알프스의 온난한 기후와 야자수가 늘어선 호반, 그리고 눈 덮인 알프스의 고봉이 어우러진 소박한 마을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산 조르지오 산과 세계문화유산인 벨린조나 등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티치노는 호수 크루즈와 고성 산책 및 하이킹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로도 유명하다.



루가노 호수 크루즈 여행은 루가노 시내의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유람선을 타고 거울 같은 호수를 미끄러지면 이탈리아와의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간드리아가 나온다. 간드리아는 루가노 호수 주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좁은 비탈길과 파스텔톤의 건물 등 낭만적인 마을 풍경이 호수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루가노 호수 중간쯤에 위치한 캄피오네는 스위스 영토 안에 있는 이탈리아령 마을. 무솔리니가 만든 카지노와 마리오 보타가 설계했다는 산타마리아 데 길리 교회가 눈길을 끈다. 치티노 출신의 마리오 보타는 세계적 건축가로 루가노 일대에는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많다. 한국의 삼성미술관 리움과 강남교보빌딩도 그의 작품이다.

제네로스 산은 해발 1704m로 티치노 주를 대표하는 하이킹의 명소. 루가노 호수 근처에 있는 카폴라고 마을에서 산 정상 역인 벳타까지 아담한 등산철도가 연결되어 있다. 2량짜리 톱니바퀴 기차를 타고 급경사의 산을 오르고 터널을 통과해 40분쯤 달리면 산 정상에 도착한다. 톱니바퀴 기차의 속도는 시속 20㎞ 안팎.

레스토랑과 전망대를 겸한 벳타역에 도착하면 스위스 민속악기인 알펜호른 연주가 이어진다. 알펜호른은 스위스의 목장에서 쓰이는 나무나 나무 껍데기를 감은 긴 나팔 모양의 악기로 길이는 약 4m. 마을 주민 5∼6명이 함께 연주를 한다.

벳타에서 제네로스 산 정상까지는 약 30분 거리로 하이킹을 즐기기에 좋다. 보라색 야생화가 만발한 등산로를 걸어 정상에 서면 루가노 호수와 롬바르디아 지방은 물론 멀리 마테호른과 몬테로자, 아이거, 융프라우 등 스위스의 알프스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루가노 교외의 밀리데에 위치한 스위스 미니어처는 소인국 테마파크. 융프라우, 마테호른 등 스위스의 명소 121곳을 25분의 1 크기로 정교하게 재현해 놓았다. 도시, 건물, 철도, 배, 공항 등 모든 것이 미니 사이즈로 실제로 타고 달리는 미니열차도 인기.

티치노 주의 최대도시인 루가노에서 기차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낡은 고성의 도시’로 불리는 벨린조나가 나온다. 티치노 주의 주도인 벨린조나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란데 성, 몬테벨로 성, 사쏘 코바로 성 등 3개의 고성이 거대한 바위 위에 우뚝 솟아 있다. 13∼14세기에 건축된 성을 포함한 언덕 전체가 요새로 성곽을 걷다보면 수백년 세월을 거슬러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루가노 교외의 몬테뇰라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헤르만 헤세가 말년까지 40년을 살던 곳. 헤르만 헤세 기념관에는 그의 작품과 사진, 타자기, 그리고 헤르만 헤세가 그린 수채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성 아본디오 교회의 묘지와 레스토랑 그로또는 헤세가 산책하면서 자주 들렀던 곳으로 헤르만 헤세의 길로 불린다.

티치노(스위스)=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