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Ⅰ

입력 2010-09-08 17:29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늦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



지난 8월 27일 도쿄 치요다구 일본기원에서 열린 제35기 일본 기성전(棋聖戰) 도전 5번기 마지막 5국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의 관서기원 출신 사카이 히데유키 7단이 현재 일본기원 1인자로 기성(棋聖), 십단(十段), 왕좌(王座), 기성(碁聖) 등 4관왕을 차지하고 있는 장쉬 9단을 꺾으며 타이틀을 차지했다.

일본 7대 기전 중 하나인 기성전은 장쉬 9단이 4연패를 차지하며 견고히 지켜나가던 기전이다. 더욱이 5연패를 차지하면 명예 기성의 칭호를 받기 때문에 장쉬 9단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시합이었다. 처음으로 도전자가 된 관서기원 출신 사카이 히데유키 7단은 이번 기성전에서 일본의 명인 이야마 유타 9단, 본인방 야마시타 게이코 9단을 꺾으며 올라왔다.

하지만 그가 올라온 것은 오히려 장쉬 9단에게 유리하다 여겨졌지 그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37세의 나이에 메이저 기전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일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또 대학을 졸업한 프로기사가 일본 7대 기전에서 우승한 것도 최초이다. 관서기원 출신의 기사가 메이저기전 우승을 차지한 것도 1981년 왕좌전에서 하시모토 9단이 우승을 차지한 이후 29년 만의 일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 또한 프로기사이기에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더욱이 그의 이력을 보면 말이다.

사카이 히데유키는 어린 시절에 바둑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산부인과 의사인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웠다.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노는 것보다 사활문제를 풀고, 어른들과 바둑을 두며 심오한 바둑의 이치를 알아나가는 것이 더 즐거웠다. 바둑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초·중·고 시절을 바둑에 빠져 살았다. 그는 프로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바둑광인 아버지는 아들이 프로기사가 아닌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길 원했다. 그는 아버지의 뜻을 뿌리칠 수 없었다. 3수 끝에 교토대학 의대 산부인과의 합격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바둑을 놓을 수 없었다. 각종 아마대회 6회 연속 우승했고, 60여 개국이 참가한 세계 아마바둑선수권대회도 제패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모교에서 수련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카이 히데유키는 하루에 17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병원 생활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순간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렸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