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목회’ 펼쳐온 임종수 큰나무교회 목사 “신앙은 생활이고 생활이 곧 신앙”

입력 2010-09-08 18:44


서울 방화3동 큰나무교회 담임목사 방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등받이 없는 의자다. 빨강, 파랑, 노랑 색색의 의자들은 마치 방문객을 맞아주는 어린이들의 환한 얼굴 같다. 임종수(70) 담임목사가 직접 디자인했다. 품위 있지만 공간만 차지하던 소파를 걷어내고 실용적인 의자로 바꾼 것이다. 이 때문에 다섯 평도 안 되는 작은 방이지만 10명은 너끈히 앉을 수 있게 됐다고 임 목사는 자랑했다. 섬세한 그의 손길은 교회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점선 모양으로 신비감과 예술미를 자아내는 강대상 십자가, 교회 외벽을 감싸며 올망졸망 핀 정원의 꽃들, 뒷산 배경을 살려 자연미를 주는 교회 건물 등은 임 목사의 감각이 웬만한 디자이너 수준 이상임을 말해준다. 신앙을 생활과 접목시키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구상들이 떠올랐다는 게 임 목사의 설명이다.

설교에서, 교육에서 임 목사가 성도들에게 반복하는 게 있다. 신앙은 생활이고 생활이 곧 신앙이라는 것이다. ‘예배 따로 생활 따로’의 성도들을 바로잡아 주기 위한 것이다. 교회는 성도들이 와서 힘을 얻는 곳이고 그 힘으로 세상을 섬겨야 하는데, 대부분 성도가 교회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교회가 주유소라면 성도는 자동차입니다. 자동차는 거리를 질주하며 기름을 연소할 때 그 진가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항상 주유소에만 처박혀 있다면 그 자동차는 분명 어딘가 이상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신앙은 어떻게 구현돼야 할까. 임 목사는 “문화를 통해서”라고 말한다. 시대를 변화시키는 사명을 가진 교회가 그 시대를 보는 눈, 즉 문화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임 목사에겐 교회 디자인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주말 임 목사는 교회 청년들과 함께 교회 뒤 개화산에 올라 유해 식물 제거활동을 펼쳤다. 매년 봄엔 꽃씨 수천 봉지와 개화산의 야생화가 담긴 달력과 엽서를 동네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5월엔 ‘환경 가꿈 예배’도 드린다. 개화산의 동식물을 소개하는 웹사이트 개화산(ghsan.com)도 운영하고 있다. 임 목사는 “환경보존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될 일이 아니다”며“하나님이 만드신 것을 가꾸는 것인 만큼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보존도 결국 삶이라는 것이다.

임 목사는 성도들에게 한번도 전도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예배 참석인원이 꾸준히 늘어 현재 예배당은 포화 상태다. 1997년 서울 봉천동에서 방화동으로 이주해 몇 해째 이 같은 활동이 계속되자 지역주민들이 큰나무교회를 다르게 보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는 이제 몇 달 후면 정년 은퇴한다. 목회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삶이라고 대답했다. 하나님 앞에 사는 것, 그래서 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십자가(구원)는 하나의 뚜껑이고, 그 다음부터 생활이라고 하는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고 했다.

34년 전 어린이 선교를 목표로 ‘어린이교회’를 개척했을 때만 해도 그는 스스로를 ‘이 시대의 종교개혁가’로 여겼다. 한국 교회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도 수없이 했다. 하지만 목회를 해오면서 바뀌었다. ‘내 깃발을 내려야 하나님이 깃발을 꽂으신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오는 13∼14일 그는 ‘시대를 깨우는 시대의 목회’ 세미나를 연다. 대학 교수와 신학자들이 참석해 교회 갱신, 안티 기독교에 대한 대응 등을 주제로 강의한다. 임 목사도 자신의 목회 노하우를 소개한다. 퇴보를 거듭하는 한국 교회가 추구할 길은 ‘생활’임을 강조할 예정이다(02-2665-1132).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