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 박위근 목사 당선, 이변인가 순리인가
입력 2010-09-08 12:45
[미션라이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제95회 총회의 부총회장 선거에서 박위근(염천교회) 목사가 이성희(연동교회) 목사를 제치고 목사 부총회장에 당선된 것을 두고 외부에서는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막상 총회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제95회 총회 첫 날인 6일 오후, 개회예배가 끝난 후 부총회장 선거가 임박하자 총회장 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최첨단 터치스크린식 전자투표 방식으로 선거 자체는 역대 최단 시간인 1시간여 만에 끝났지만 선거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결과를 예단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형 스크린에 먼저 ‘기호 1번 이성희 후보 733표’라고 뜨자 일순 정적이 흘렀다. 곧이어 ‘기호 2번 박위근 후보 760표’라는 내용이 발표되는 순간 총회장 내부에는 놀라움과 충격, 기쁨의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불과 27표 차이의 승부였던 만큼 선거를 마치고 나오는 총대들 사이에서는 허탈함도 엿보였다. 그러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과 발표와 동시에 승복’, 예장통합 총회 특유의 선거 문화가 이번에도 나타났다.
이 결과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측은 교회 크기나 인지도 면에서 이 목사가 단연 우위일 것이라고 예측한 쪽이다. 실제로 선거 기간 동안 이 목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정보가 나왔다. 반면 박 목사의 우위를 내다보는 쪽도 만만치 않았다. 박 목사가 대회적인 인지도 면에서는 밀리지만 교단 내 평판은 앞선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 크기는 작아도 지방 신학교를 꾸준히 지원하면서 그 지역 목회자들에게 신망을 얻는 등 상당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총회가 임박할수록 박 목사를 지지하는 측의 선거운동이 격렬해지는 양상이 보였는데 이를 두고도 “박 목사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 “이 목사 쪽이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상대쪽 진영이 초조해진 것” 등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이 목사의 학력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었다. 졸업하지 않은 ‘장신대 신대원’ 학력을 기재하는 등 이 목사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약력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당일 이 내용 등을 담은 불법 유인물이 유포됐다는 신고도 있었다.
투표 시작 직전 마지막 소견 발표 때도 팽팽한 긴장감은 이어졌다. 먼저 단상에 오른 박 목사는 5년 전 “자식들이 (대학) 재수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던 제가 이렇게 재수를 하게 됐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어느 지역, 어느 교회, 어느 개인이 교단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5개 지역 64개 노회가 두루 총회를 섬길 수 있도록 하겠다”, “(은퇴까지) 남은 2년간 총회를 위해 땀과 눈물과 피를 쏟다가 사라지겠다” 등의 소견을 진중하고 절절한 말투로 전했다. 마지막에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이번에 내민 손을 꼭 잡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했다.
반면 이 목사는 노련미가 돋보였다. “부총회장의 역할은 총회장을 잘 보필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번에 총회에서 가장 먼 지역에서 섬겨야 하는 총회장(제주영락교회 김정서 목사)을 주셨는데 저는 (연동교회 위치가 가깝기 때문에) 총회까지 2분, 뛰어가면 30초면 갈 수 있으므로 비행기가 뜨지 못 하는 상황 등에 총회를 성실히 섬기겠다”는 농담으로 총대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이어 목회 철학과 총회 사역 방향에 대한 구상을 두루 밝힌 뒤 “총회 가려면 꼭 지나가야 하는 연동교회 카페 다사랑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씩 다 대접할테니 한 번씩 들려 달라”는 담소로 마무리한 순간이 소견 발표 시간이 끝나기 딱 1초 전이었다.
총회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총회 내부에 ‘견제론’이 팽배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현재 총회를 주도하는 세력이 독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박 목사의 지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번 부총회장이 총회장 자리에 오르는 2011~2012년이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들을 새로 임명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견제론의 설득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 관계자는 “통합 총회는 예전부터 어느 지역이나 인맥에 따른 세력이 커지면 그에 대한 견제 세력도 같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크게 보면 ‘건강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창원=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