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축구, 압박수비에 길을 잃었다. 축구대표팀 이란 평가전서 0대1 패배
입력 2010-09-08 00:46
첫 승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항했던 조광래호가 암초에 부딪혔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0대 1로 패배했다.한국은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25·AS 모나코), 이청용(22·볼턴) 등 해외파를 총출동시키며 3-4-3 전술로 맞섰지만 이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지난달 나이지리아와의 데뷔전에서 2대 1 승리를 거뒀던 조광래 감독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이란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8승 7무 9패로 열세에 놓였다. 특히 2006년 9월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이란과 1대 1로 비긴 이후 6경기에서 4무2패(승부차기 승은 무승부로 간주)로 한번도 이기지 못하는 부진에 빠졌다.
한국이 이날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나이지리아전에서 보여줬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한 데 있다. 미드필드에서 짧고 빠른 패스를 통해 공격 방향을 찾아가던 나이지리아전과 달리 패스가 상대에 계속 차단됐다. 스리백(3-Back) 수비 형태에서 상대의 측면 공격으로 좌우 윙백이 자주 수비에 가담하게 되면서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해진 점도 중원에서 주도권을 잃는 이유가 됐다.
이청용을 박주영의 짝으로 삼으며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찾겠다는 복안도 미드필드에서의 볼 배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공격 방향이 오른쪽에 집중됐고, 최전방 공격수가 자주 고립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반대로 이란의 경우 한국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한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비디오 분석관으로 일했던 이란의 압신 고트비 감독은 미드필드에서부터 거칠고 적극적인 압박으로 패스를 차단했다. 이 때문에 윤빛가람(20·경남)과 기성용(21·셀틱)이 상대에 자주 둘러싸이며 볼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또 한국이 주도권을 잡았을 때는 선수들이 쓰러지며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이 밖에 한국은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호흡이 맞지 않아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거나 공격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이날 허용한 결승골 역시 공수 전환 시 나왔다.
전반 34분 상대 진영에서 프리킥 공격 후 흘러나온 공을 이영표가 백패스 하다 이란의 페즈만 누리에게 빼앗겼다. 상대 공격수 2명에 수비 1명인 상황에서 골키퍼 정성룡이 나와 각을 줄였지만 마수드 쇼자에이가 정성룡을 넘기는 슛을 날려 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 김정우(28·광주), 김두현(28·수원), 차두리(30·셀틱), 석현준(19·아약스) 등을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만회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후반 30분에는 이청용이 페널티 지역으로 낮게 깔아준 공을 박주영이 살짝 방향만 틀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에 막히며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