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 예상 뒤엎고 이성희 목사가 패배한 이유
입력 2010-09-07 22:26
[미션라이프] 6일 있었던 95 회기 예장통합 부총회장 선거 결과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선거 2주 전까지만 해도 이성희 연동교회 목사가 박위근 염천교회 목사에 비해 압도적인 우세였기 때문이다. 당시 판세는 이 목사와 박 목사가 7대 3이었다는 게 예장통합에서 흘러나온 분석이었다. 그런데 선거 당일에 어떻게 판세가 역전됐을까.
우선 선거 당일 후보자들의 소견 발표가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선거 직전 각 후보의 5분 연설은 부동층 표심을 움직이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각 후보 진영에서는 5분 연설을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다.
여기서 박 목사의 ‘읍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연설을 위해 강단에 선 박 목사는 1500여명의 총대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이성희 목사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가 있지만 저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박 목사는 5년 전 부총회장 후보로 나와 이광선 현 한기총 대표회장에게 패한 바 있다. 한 총대는 박 목사의 읍소에 대해 “대머리가 보일 정도로 90도로 허리를 숙인 후보를 보며 은퇴를 앞둔 총대들의 가슴이 뭉클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예장통합 내 특정 계파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예장통합의 교단 정치를 주도하는 두 부류는 고 김기수 목사로 대표되는 ‘안동파’와 이규호(84회기 총회장) 목사로 대표되는 ‘경주파’다. 두 계파는 대립과 경쟁 구도를 형성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안동파가 우세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에 맞대결을 펼친 이 목사와 박 목사도 각각 안동파와 경주파에 속해 있다. 이외에도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김삼환(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목사 등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들이 안동파를 이끌고 있다.
이처럼 특정 계파가 교단은 물론 교계 연합기관을 이끌다 보니 자연스럽게 견제 심리가 발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남과 수도권이 아닌 호남 등 의외의 지역에서 박 목사를 지지하는 총대들이 많이 나왔던 것도 이 같은 배경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총대는 “호남 총대들이 노골적으로 박 목사를 위해 뛰었다”며 “목포의 한 장로는 서울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박 목사를 도왔다”고 밝혔다.
이 목사 쪽이 제출한 ‘허위 학력’도 젊은 총대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전언이다. 8월에 나온 총회의 선거 홍보물엔 이 목사의 학력이 ‘장신대 대학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장신대 대학원을 졸업한 사실이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고, 이같은 반론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 목사 쪽은 “관례에 따라 최종학력 이외의 학력을 약식으로 기재했다”고 해명했지만 젊은 총대들에겐 어느 정도 흠이 잡혔을 거라는 게 총대들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우열이 뚜렷하던 판세가 박빙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이밖에 영남신대, 서울장신대 등 지방 신학대 동문들의 지지도 박 목사의 당선에 큰 힘이 됐다는 얘기다. 영남신대 동문들은 노골적으로 박 목사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영남신대는 이 목사의 부친인 이상근 박사가 학장을 지냈지만 동문들의 표심은 이 목사가 아닌 박 목사에게 갔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총대는 “염천교회는 비록 작지만 영남신대 등 지방 신학대를 꾸준히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박 목사가 소속된 서서울노회가 이 목사가 소속된 서울노회보다 일꾼들이 많았다는 분석도 있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