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대책] 냉랭하던 재정·복지부 해빙 왜?
입력 2010-09-07 22:00
저출산 대책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지난해 7월 청와대 본관 세종실 국무회의장에서 전재희 전 복지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저출산 관련 예산 부족을 거론하며 윤증현 재정부 장관과의 첫 설전에 나선 이후 두 부처 간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싸움은 최근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윤 장관이 국무총리 권한대행으로 나서면서 굳건하던 재정부의 예산집행 타당성 논리는 약해지는 반면 저출산 대책을 국정과제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떨어지는 출산율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 0∼4세까지 셋째 아이에 대한 보육료를 전액 지원해 주는 방안과 어린이집 지원 등 보육 인프라 구축, 불임·난임 수술 지원 확대 등도 이런 맥락에서 제시됐다. 과감한 투자를 해야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재정부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가 재정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이유였다. 특히 ‘소득과 수준에 관계없이’ 부분에서는 보육료 부담이 적은 고소득층까지 확대하는 선심성 정책이라며 복지로 간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전 전 장관에 이어 복지부 수장이 된 진수희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영리 의료법인 관련 반대 논리를 펴 재정부와의 긴장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팽팽히 맞서던 두 부처 간 분위기가 최근 들어 달라진 데는 현 정부의 친서민 정책 기조 강화도 한몫 했다. 집권 후반기 정책과제에 대한 반대 명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부처 간 이견이 있던 쟁점에 대해 합의했다”며 “주요 정책들은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친서민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돈줄을 쥔 재정부가 복지예산 증가에 무조건 불가를 외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우리 부도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재정부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절충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