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늦게와” 주먹질… 폭행 시달리는 119

입력 2010-09-07 18:41


#지난 5월 3일 대구소방서 소속 김모 구급대원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손목을 자해한 여성 환자를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옮기려는 순간 만취상태였던 남편이 집기를 던지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김 대원이 말리고 나서자 이 여성의 남편은 김 대원의 옆구리를 드라이버로 찔렀다. 김 대원은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지난 1월 6일 경기소방서 소속 문모 구급대원은 밤 11시12분 상황실로부터 출동 명령을 받고 7분 뒤 고양시 일산동 공용주차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환자 보호자인 오모씨는 다짜고짜 “30분이나 늦게 왔다”며 폭언과 함께 문 대원의 목 부위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지난 5월 17일 저녁 6시쯤 경기소방서 소속 김모 대원 등은 만취상태로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는 응급환자를 구리 한양대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환자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다. 환자는 대원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면서 구급차 안에서 내리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이를 말리는 대원에게 욕설과 함께 정강이를 수차례 때렸다.

응급구조를 위해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시민들로부터 폭행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에게 7일 제출한 ‘119구급대원 폭행피해 현황’에 따르면 구급대원 폭행사건은 2006년 38건, 2007년 66건, 2008년 71건, 2009년 66건, 올해 8월까지 52건에 달하는 등 최근 4년8개월 동안 총 293건이 발생했다.

소방방재청은 구급대원 보호를 위해 올해부터 폭행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경찰고소, 검찰조사, 법원판결 등 3단계 과정을 거치면서 사건자체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잦아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소방방재청은 올해 발생한 52건의 폭행사건을 모두 경찰에 고소했으나 벌금형과 실형이 선고된 것은 각각 9건과 1건에 그쳤다. 3건은 기소유예됐고 3건은 합의가 이뤄졌으며 나머지는 아직 진행 중인 상태다. 현행법은 구급대원에게 폭언 및 폭행을 가해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