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급등 영향… 엥겔계수 9년만에 최고

입력 2010-09-07 18:24

엥겔계수가 농산물 가격 급등 영향으로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7일 한국은행 국민소득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비지출액 145조9000억원 가운데 19조4000억원이 식·음료품을 사는 데 쓰여 가계의 엥겔계수(계절조정)는 13.3%로 집계됐다. 엥겔계수는 국민의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2분기 엥겔계수는 2001년 3분기의 13.8% 이후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엥겔계수는 집에서 먹고 마시려고 지출하는 돈의 비중이 커질수록 다른 분야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체로 후진국에서 높은 경향이 있다.

1970∼80년대 20∼30%대에 이르던 우리나라의 엥겔계수는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2000년대 12%대로 하락했지만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지난해부터 13%대로 올랐다.

최근의 엥겔계수 상승은 올 들어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오른 탓으로 분석됐다. 2분기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5.4%였지만 신선식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8%로 배를 웃돌았다.

한은 김승철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식·음료품은 가격이 올라도 당장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만큼 식탁물가 상승이 엥겔계수에 악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엥겔계수 상승에 따른 부담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통계청 조사 결과 가격이 급등한 채소·과일류에 대한 지출액이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하위 20% 가구가 1분기 3.98%에서 2분기 5.15%로 1.17% 포인트 높아졌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