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문여고 간부 딸 교내 경시대회 특혜 의혹

입력 2010-09-08 00:21

서울의 한 명문여고가 학교 간부 딸을 교내 수학경시대회에 입상시키기 위해 점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장학사를 급파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 실시된 이 학교 수학경시대회에서 교무차장 B씨의 딸 A양(고3)의 시험 점수가 높게 채점돼 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해당 경시대회는 100% 서술형으로 치러졌으며 입상 순위는 1∼9등까지였다. A양은 문과반 시험에서 공동 9등으로 입상했다. 그러나 A양 부모와 친분이 있는 교사가 시험 출제와 채점을 맡자 다른 수학 교사 2명이 답안지를 재검토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채점자가 일부 문항에서는 풀이과정이 틀려도 답만 비슷하면 점수를 줬지만 다른 문항에서는 풀이과정이 틀리면 점수를 주지 않는 등 채점기준을 달리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학교는 새 채점기준을 마련해 지난달 말 다시 채점을 했고, 그 결과 애초 입상하지 못한 학생 2명이 9위 이내로 올라 수상자 명단에 추가됐다. A양은 12등으로 순위가 떨어졌다. 하지만 학교는 A양의 수상을 그대로 인정했고 의혹을 제기한 교사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학교 측은 “수학 서술형은 채점 기준에 따라 점수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학교 관계자는 “출제 교사가 출제자의 의도에 따라 채점했고 문제 제기 교사들도 논의 과정에서 채점 기준을 문제 삼진 않았다”며 “그러나 한 달 뒤인 지난달 말 다시 채점 기준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미 시상한 학생에게 상을 빼앗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존 수상은 그대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A양이 위장전입으로 입학해 다른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못마땅하게 여겨 시험 성적 의혹을 제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무차장 B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의 딸을 이 학교에 위장전입시켰다가 교육청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해당 차장 교사는 교내 30여명의 간부 중 한 명일 뿐”이라며 “교내 파벌싸움에서 빚어진 음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으로 교내 경시대회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학 입시가 입학사정관제 등 수시 모집 위주로 재편돼 교내 수상 실적을 조작하는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내 경시대회의 경우 교사들이 동료 교사나 유력 인사 자녀에게 암묵적으로 특혜를 줄 수 있고, 적발도 쉽지 않아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특히 글짓기나 예능처럼 채점에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분야에서는 부정행위 적발이 더욱 어렵다.

교육계 관계자는 “수시 확대로 학생과 학부모도 교내 경시대회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교사 스스로 채점과 평가에 엄정해져야 하고 관리·감독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