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젠 속도다”… CPU 경쟁 가속

입력 2010-09-07 21:28


이제는 ‘속도’ 경쟁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운영체제(OS) 최적화 능력이 향상되고 멀티태스킹 요구가 증가하면서 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속도가 차별화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CPU는 영국 ARM사 등이 제공하는 핵심 설계를 토대로 각 업체들이 처리속도와 기능을 다시 설계해 자사 상표를 붙여 내놓고 있다. ARM사는 최근 최대 1.5㎓의 처리속도에 듀얼코어가 지원되는 코르텍스(Cortex) A9를 출시해 스마트폰 CPU 속도 경쟁에 불을 붙였다. 퀄컴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스마트폰 CPU 시장의 전통적 강자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애플, 엔비디아 등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LG전자는 7일 엔비디아와 제휴해 ‘테그라2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연내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속도 경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테그라2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CPU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1㎓ 코어를 두 개로 늘린 것으로 한 개를 쓸 때보다 인터넷은 2배, 게임은 5배 속도가 빠르다.

각각의 프로세서가 독립적으로 작동해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고 풀 HD 영상 재생과 3D 게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도 지원한다. LG전자는 테그라2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에 탑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질 속도 경쟁에서 기선을 제압한다는 전략이다.

마창민 글로벌 마케팅전략팀 상무는 “스마트폰 프로세서는 애플리케이션 구동속도 등 소비자들의 구매 요인과 직접 연관돼 시장의 큰 화두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LG전자는 차세대 스마트폰 경쟁 포인트를 속도에 두고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최초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한 ‘삼성 모바일 솔루션 포럼 2010’에서 1㎓ 듀얼코어 모바일 AP를 선보였다. 듀얼코어가 탑재돼 3D 그래픽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5배 향상됐고 3개 화면을 띄워놓고 멀티태스킹 작업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에 탑재될 이 제품을 내년 상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1㎓ 처리속도의 스냅 드래곤 CPU를 가장 먼저 출시한 퀄컴은 듀얼코어 1.2㎓와 1.5㎓급 샘플을 올 연말까지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TI 역시 1∼2㎓ 속도에 듀얼코어를 갖춘 ‘OMAP4430’을 개발 중이다. PC CPU 강자인 인텔은 ARM 코어를 겨냥해 ‘무어스타운’ CPU를 공개한 데 이어 1.5㎓급 스마트폰 전용 아톰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과 3D 성능을 앞세운 테그라 시리즈를 듀얼코어 제품 중 가장 먼저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경쟁의 틀이 모바일 프로세서로 옮겨가고 있다”며 “올해 말을 시작으로 속도와 전력소모를 업그레이드한 스마트폰 CPU가 출시되면 내년에는 1.2㎓에서 1.5㎓급 CPU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