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국자본시장설명회’ 가보니… 日기관들, 이번엔 돈줄 풀까

입력 2010-09-07 18:20


‘난공불락(難攻不落)’인 일본 금융시장이 열릴 것인가.

7일 한국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일본 도쿄 만다린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 자본시장설명회’에서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한국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설명회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마에 데쓰오 일본증권업협회장을 비롯해 구마가이 가쓰오 토요증권 대표이사, 오키쓰 요시아키 이와이증권 대표이사 등 증권사 대표이사(CEO)들과 은행·자산운용 기관투자자, 펀드매니저 3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와 참석 규모는 비슷하지만 증권사 CEO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오전 9시부터 5시간 계속된 설명회 동안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동차 IT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 현황 브리핑이 끝날 때마다 질문이 쏟아졌다.

1992년 한국 자본시장이 개방된 지 18년이 흘렀지만 한·일 간 금융시장 교류는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일 무역 거래량이나 관광 교류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양국 간 주식 투자비중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대일 증권투자액 비중이 해외 전체 중 10%인데 반해 일본의 한국 투자액은 4% 안팎이다. 지난 6월 말 일본의 한국 주식투자액은 1295억엔(약 1조6835억원)인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1.3% 남짓한 수준밖에 안 된다.

일본의 한국 투자가 적었던 이유가 뭘까. 황건호 금투협회장은 국내 금융시장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황 회장은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매우 신중하고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위주로 투자해 왔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국내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저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허덕이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6% 성장했다. 설명회는 이 같은 한국 경제의 발전과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피력하는 데 대부분 할애됐다.

일본 증권사 CEO들도 한국 시장에 대해 태도 변화를 보였다. 일본 증권업계 2위인 다이와증권그룹은 조만간 일본 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오키쓰 이와이증권 대표이사 겸 증권업협회 오사카지부장은 “코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에 관심이 많다”며 “장기적으로 코스닥에 일본 중소기업이, 일본 자스닥엔 한국 중소기업이 상장돼 상호 자본시장 교류가 활발해져야 하고, 오사카 내에서 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마가이 토요증권 대표이사는 “한국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아시아 펀드 내 한국 투자비중을 점차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