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큰 변수만 없다면 쌀 지원” 전향모드
입력 2010-09-07 18:33
북한의 쌀 지원 요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긍정적이다. 큰 변수만 없다면 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쌀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북한의 자세가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북측 조선적십자회가 우리 측 대한적십자사에 요청한 것이지만, 사실상 북한 정부가 공식 요청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쌀 지원을 요청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에는 우리 정부가 “쌀을 주겠다”고 제안하면,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이었다.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 “북한에 쌀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할 때도 정부는 “검토한 바 없다”고 말해왔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쌀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준다 만다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답해왔다. 또 쌀은 군수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품목이어서, 배급 투명성 등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원이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공식적으로 쌀과 중장비 등을 적시해 요청했다. 일종의 남북 간 ‘기싸움’에서 우리 정부가 우세를 점했다는 평가도 가능한 대목이다. 현재 정부는 쌀 시멘트 굴착기 자동차 등 북한의 요청 품목 가운데 어떤 품목의 지원이 가능한지, 양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또 민간에서 대북 쌀 지원을 하려는 움직임도 막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의 인도적인 지원은 막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쌀 지원 긍정 검토로 남북관계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공식적인 쌀 지원 요청, 대승호 선원 송환, 중국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활발한 움직임 등 변화를 시사하는 기류가 조성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남북관계 기조가 바뀌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태, 북한 핵 등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 쌀 지원만으로 기조가 바뀌었다는 분석은 확대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당대표자회 결과 등을 본 다음 판단해볼 수 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대북 지원과 협조의 기본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왔다. 본격적인 남북 화해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남북관계에 훈풍의 기류가 조금씩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