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최고의 소설가 세스 노터봄 ‘산티아고 가는 길’ 한국어판 출간 맞춰 방한
입력 2010-09-07 19:28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네덜란드 최고의 소설가 세스 노터봄(77)이 여행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자신의 책 ‘산티아고 가는 길’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방한, 7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벨라이지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스페인의 ‘산티아고’는 천년 전부터 성지순례길로 유명했으나 요즘은 일반인의 여행 순례길이 되었다”며 “이러한 성지순례의 근원은 12사도 가운데 하나인 성 야곱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야곱의 유해가 담긴 큰 배가 산티아고로 흘러들어와 무덤이 생겼는데, 스페인 왕이 그곳에 교회를 짓기로 결정했고 그 이후로 사람들은 오직 걸어서 성지순례를 했다는 것이다. “2000㎞가 넘는 순례가 당시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요. 고행과 같은 여정이었지요. 집에 두고 온 가족과 의사소통은 불가능했고, 떠난 순례자가 사라지는 일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거의 모든 순례자들이 (고행을 위해) 몸에 조가비를 달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전통이 있었는데 요즘 순례자들은 자신이 뭔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위해 순례길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17세 때부터 여행을 시작해 항상 히치하이크로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다는 그는 1954년 첫 소설 ‘필립과 다른 사람들’을 비롯해 지금까지 25권의 책을 썼으며 이 가운데 10권이 소설이고 15권이 여행기라고 소개했다. “여행을 하게 된 궁극적인 동기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지요. 2차 세계대전 이후 네덜란드는 완전히 황폐해졌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남쪽으로 향해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그냥 방랑하는 문학 소년이었지요. 이탈리아를 가장 먼저 갔는데 황폐한 네덜란드와는 달리 너무나 화려하고 꿈으로 가득한 나라 분위기에 놀랐어요. 그러나 당시 스페인은 밝은 이탈리아와 달리 어두웠지요. 그 어둠의 알 수 없는 끌림에 의해 스페인을 가게 됐고, 1945년 이후 매년 스페인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는 “‘산티아고 가는 길’은 한마디로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과 직면하는 일”이라며 “그만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고된 여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매년 노벨 문학상 시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내가 좋아하는 휴고 클라우스라는 벨기에 작가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올라 헬리콥터까지 대기시켰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수상을 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며 자신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노벨 문학상은 카프카 등 유럽의 유명 작가들도 받지 못했지요. 노벨 문학상은 작품 수준과는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노벨 문학상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로 쓴 작가가 주로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가 주는 상, 즉 독자의 평가가 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르헤스가 노벨 문학상을 못 받은 것은 보르헤스에게 애석한 일이 아니라 노벨문학상이 애석해야 할 일이지요.”
다음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제주도를 꼭 가볼 생각이라는 그는 8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