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성중계차 동원해 드라마 촬영하다니

입력 2010-09-07 17:32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는 창사 49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50부작 드라마 ‘동이’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MBC 창사기획인 만큼 당연히 자체적으로 공을 들여 만들었겠거니 여긴다. 그러나 알고 보니 외주제작물이었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과 ‘동이’를 만들고 있는 외주제작사 리더스콘텐츠컴패니, 그리고 MBC 사이에 출연료 문제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드라마 ‘동이’의 제작과 방송 구조는 한국 드라마 산업의 압축판이다. 외주제작사와 연기자 사이의 출연계약, 외주사와 지상파 방송사의 방영계약, 방송사와 광고주 간의 광고계약 등 3단계에 이르는 계약은 모두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단계에서 공정한 계약 원리가 작동된다고 보기 어렵다. 가장 취약한 부분이 연기자와 제작사 간의 계약이다. 한예조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3사에서 내보낸 외주제작드라마 가운데 지급하지 않은 출연료가 47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계약은 하되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외주제작사의 책임이 크다. 지상파 방송사는 법령에 따라 전체의 35∼40%를 외주제작물로 채워야 하는데 제작사가 난립해 과당경쟁이 생긴다. 제작사로서는 지상파 방영권을 따내기 위해 톱스타나 인기작가를 캐스팅하다 보니 제작비는 급등하고 방송사는 제작비의 70%만 지급하니 뒷감당을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제작사의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위해 통폐합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송사가 제작사의 드라마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해 홍보까지 책임지면서도 정작 출연료 문제에 나몰라라 하는 구조는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제작사를 자회사처럼 부리는 곳도 많다. 따라서 차제에 드라마 콘텐츠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3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한류의 선봉에 선 드라마 가 방영시간에 맞추기 위해 위성중계차를 동원해 촬영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