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작가의 열정 그 붓끝에 한국이 피다… 현역 최고령 김흥수 화백 개인전
입력 2010-09-07 17:52
92세의 현역작가 김흥수(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사진) 화백이 개인전을 연다. 지난 5월, 94세를 일기로 전혁림 화백이 숨진 이후 국내 최고령 작가로 활동 중인 김 화백은 10일부터 10월 17일까지 서울 삼청동 에프앤아트(fnart)에서 열리는 초대전에 모자이크 기법과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추상회화 10여점을 선보인다. 에프앤아트는 파이낸셜뉴스가 미술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갤러리다.
출품작 가운데 금강산에 대한 인상을 오방색의 화려한 색감과 추상화법으로 풀어낸 500호 크기 ‘광상곡’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색채의 조화가 환상적인 ‘강강수월래’는 전체적으론 구상적인 이미지를 띠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네모난 모자이크 조각들로 구성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진 하모니즘의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김 화백이 즐겨 그리는 소재는 크게 두 가지, 한국성과 여인이다. 한국적인 것, 한국문화의 원형을 그리는 것에 집요할 정도로 심혈을 쏟는 그는 장구춤을 추는 여인, 온화한 표정의 반가사유상, 오방색이 어우러진 소재들을 화면에 옮긴다. 20년 전, 마흔세 살 아래의 제자와 결혼해 화제를 모은 김 화백에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여성이다. 그에게 여성은 사랑의 상징이다.
여인 특유의 유려한 인체 곡선과 김 화백의 열정 어린 감수성이 만나면 환상적인 ‘음양 하모니’가 연출된다. 그의 작품은 추상이든 구상이든 아무리 단순화된 형태라도 그 안에 완벽한 조화로움과 교감의 이치가 녹아있다는 평가다.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과 노래를 함께하는 ‘강강수월래’처럼 화면의 흥겨운 하모니를 통해 보는 이에게 기운을 북돋우는 매력을 선사한다.
휠체어를 타고 양손에 지팡이를 든 채 걷는 김 화백은 거동은 불편하지만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열정적이다. 졸수(卒壽·90세)를 넘긴 나이에도 필력이 여전한 그는 “내 작품에는 인간의 희로애락과 세계의 문화를 서로 존중하면서 평화로운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민족의 희망이 담겨 있다”며 “삶에 지친 이들이 그림을 보고 힘을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02-725-711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