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영어마을 조성비 빼내 방송 세트장 지었다
입력 2010-09-07 21:13
울산 울주군과 한국수력원자력공사(한수원)가 울주군의 역점사업인 영어마을조성 건립비용 일부를 전용, MBC 드라마 세트장 건립비용으로 지원해 물의를 빚고 있다.
7일 울주군 등에 따르면 한수원과 울산MBC는 조만간 방영될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 세트장을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에 짓기로 하고 한수원이 30억원 한도 내에서 세트 건립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지난달 30일 체결했다.
이는 MBC가 주말드라마 촬영지로 울산 지역을 선택하고 간절곶을 홍보하겠다며 세트장 건립비용 제공을 울주군에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이어 울주군은 지난달 19일 군수명의로 드라마세트장 건립을 지원해 달라는 공문을 한수원에 보냈다. MOU에는 한수원이 세트장을 지어주는 대신 MBC는 드라마에 한수원과 간절곶 이름이 들어가게 하며 종영후엔 세트장을 울주군에 기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드라마 제작 세트장은 간절곶 공원 내 5530㎡의 부지에 연면적 648㎡, 지상 1층의 가설 건축물로 지어지고 있다.
문제는 지원비의 성격이다. 한수원은 지역주민을 위해 쓸 수 있는 원전지원금 중 사업자지원금으로 서생면에 영어마을을 건립하기로 하고 200억원을 목표로 3년 전부터 매년 40억원씩 적립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주민들과 울주군의 요청으로 이 사업비의 일부를 MBC 드라마세트장 건립에 지원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 및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군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돼온 영어마을사업은 사업비 일부가 다른 곳에 전용됨으로써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영어마을 조성은 군수의 역점 사업이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와 물가 상승 탓에 건립비용이 약 300억원으로 늘어나 현재로서는 사업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지원금은 울주군과 주민들을 위해 쓰이는 만큼 군과 주민의 요청이 있으면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주=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