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하니 매달 ‘월급’ 나오네… 투자금액 현금 분배 ‘월지급식 펀드’ 인기
입력 2010-09-08 10:32
다달이 ‘월급’을 주는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저금리에 부동산 가격까지 떨어져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목돈을 펀드에 넣은 뒤 투자금액의 일정 부분을 매달 받는 월지급식 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월지급식 펀드는 거치식으로 투자금을 맡긴 다음 투자금액의 0.5∼0.7% 범위 내에서 정한 만큼의 분배금을 매달 현금으로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월배분식 펀드, 연금형 펀드 등 이름은 다양하다.
매달 일정액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저축, 보험과 비슷하지만 연금 상품과 달리 납입 후 바로 다음달부터 분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월지급식 펀드는 1955년∼1963년생인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맞물려 최근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은퇴자에게 안성맞춤 상품이긴 하지만 월급 받듯 일정 금액을 받으면서 투자수익까지 공략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의 수요도 늘고 있다. 올 초부터 자산운용사, 증권사들이 앞 다퉈 상품을 출시 중이다.
◇어떤 상품 있나=2007년 선보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노블월지급식 연속분할매매 주식혼합’ 펀드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가입 시 투자금액의 0.7%를 분배금 지급률로 정할 수 있고, 분배금을 매달 20일 받게 된다. 월지급식 펀드는 투자 비중에 따라 주식형, 주식혼합형, 채권형으로 나뉘는데 노블 펀드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주식혼합형이다. 최소 가입 금액은 5000만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가입 금액을 100만원으로 낮춘 ‘월지급식 펀드 플랜 서비스’를 출시했다.
동부자산운용이 올 초 선보인 ‘동부 머스트해브 월분배식 증권투자신탁’ 펀드는 매달 투자금액의 0.5%에 해당하는 분배금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한다. 이 상품은 주식에 90% 이하까지 투자하는 주식혼합형 펀드지만,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고려해 주식 투자 비중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하나대투증권의 ‘하나USB 실버오토시스템 월분배식 주식혼합형 펀드’가 출시됐다. 이 펀드도 매달 투자금액의 0.5%를 분배금으로 지급한다. 오토시스템에 의해 운용되는 주식혼합형 펀드로 투자전략은 시장 상승시 매도, 하락 시 점진적으로 매수하는 방식이다. ‘월이자 지급식 ELS’ 상품은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한 원금보장형 상품. 매달 투자금액의 0.38%의 분배금을 받는다.
삼성증권은 만기 국공채에 일괄 투자해 만기까지 매월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POP골든에그’를 선보였다. 은행에 돈을 맡겼을 때와 비교해 세후 연 1%포인트 수익률이 높고, 만기 전에도 언제든지 투자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주의할 점은=월지급식 펀드는 투자원금 대비 지급률에 따라 분배금을 연환산할 경우 원금의 6∼8% 수준을 지급하는 셈인데, 이는 최근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가 4%대인 점과 비교하면 나은 수익률이다. 예컨대 1억원을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경우 매월 4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월지급식 펀드에 투자하면 약정된 월 지급률에 따라 60만∼8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펀드 운용수익이 월 분배금보다 부족하거나 손실을 본 경우에는 펀드 원금에서 분배금이 나가게 된다. 즉 펀드가 월 지급액 이상으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
이런 단점 때문에 국내에서는 월지급식 펀드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강했다.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일본에서는 2000년 초부터 월지급식 펀드가 일반화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서배수 동부증권 마케팅팀장은 “최근 선보인 월지급식 펀드는 장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은퇴자 등을 위해 개발된 만큼 시장 위험을 최소화한 상품이 많다”며 “주식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 한 투자원금손실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철 한국투신운용 리테일영업본부 팀장은 “올해부터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 시작돼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게 될 것”이라며 “펀드 가입 시 투자 기간을 1년 이상 길게 가져가고, 투자 대상이 채권인지 주식인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