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 장례예배 취재현장에서
입력 2010-09-07 12:21
[미션라이프] 지난 2일부터 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과 사랑의교회,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 있었습니다.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복음주의자로 추앙받는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님의 장례 때문입니다.
장례식장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조문객들을 봤습니다. 그리고 고민했습니다. ‘무엇이 이들에게 이토록 큰 슬픔을 안기고 이곳까지 이끌고 있는가.’
평생 청렴성을 잃지 않고 교회갱신과 제자훈련이란 복음의 콘텐츠에 집중했던 지도자의 저력을 그가 떠난 뒤에서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 90:10)는 말씀처럼 짧은 인생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민족과 교회를 위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옥 목사님은 누군가 그렇게 오르고 싶어 하는 교단 총회장이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한번 거치지 않은 분입니다. 지역에서 연차만 차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 흔한 교단 노회장 자리도 맡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런 자리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옥 목사님을 더 높이 평가했습니다.
장례식장에는 교계에서 내로라하는 지도자들이 대거 다녀갔고 대통령과 대법원장 등이 조문을 왔습니다. 심지어 교단 내 정치적 반대 입장에 섰던 그룹마저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교회를 넘어 비신자들 사이에서도 그분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마도 옥 목사님은 높은 자리가 시시해 보였을 겁니다. 하기야 바울 사도의 고백처럼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 앞에서 자리나 명예, 물질이 모두 시시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분은 그것을 명확하게 알고 계셨을 겁니다. 그래서 한 사람을 예수의 제자로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을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대학생선교회의 설립자이자 민족 복음화 운동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김준곤 목사님을 천국으로 떠나보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국교회 내 신앙지도자에 대한 평가와 신앙계승 작업입니다.
이번 옥 목사님의 소천만큼은 평가와 계승 작업이 제대로 이행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선 하관예배 때 “옥 목사님의 목회 철학을 철저히 따르며 담임목사의 권리와 주장까지 내려놓겠다”고 설교했던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의 역할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의교회 교인과 제자 목회자 그룹, 동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의 역사의식과 실천의지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125년 기독교 역사를 지니고 있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하는 일입니다.
먼저 가신 옥 목사님을 생각하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부르심에 따라 달려가고 있는가. 나는 한국 기독교 200년사에 기록될만한 일을 하고 있는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