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 골프(69)
입력 2010-09-07 10:20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상생(相生)의 멘토링
오래 전에 샷도 다듬어 볼 겸 연구 목적으로 혼자서 퍼블릭 코스에 간 적이 있다. 마침 코스가 한가하여 다른 손님 한 사람과 조인하여 둘이 라운드를 하였다. 그는 건장한 체격의 40대였는데, 첫 홀 티샷이 어찌 그리 잘 맞았는지 남의 플레이에 별로 위축되지 않는 내가 뜨끔할 정도였다. 스윙이 시원시원한 장타자였지만, 구력이 짧아 안정감은 다소 떨어졌다. 그는 투 온을 시켜 놓고 쓰리 퍼트로 보기를 했고, 나는 어렵게 쓰리 온을 시켰지만 퍼팅을 넣어 파를 잡았다. 사실 골프에도 10년의 법칙이 있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싱글 핸디캐퍼라야 최소한의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첫 홀을 마친 후 그는 정중한 자세로 말을 걸어 왔다. "제가 거리는 조금 나가지만 어려운 분 모시고 제대로 배우지를 못하여 골프가 엉망입니다. 그러니 혹시 결례를 하더라도 너그러이 양해하여 주시고 이따금 좋은 말씀으로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앞뒤로 아무도 없는 한가한 상황이니 틈틈이 가르쳐 주겠다고 했고 그의 적극적이고 예의 바른 태도로 보아 그는 아마도 곧 좋은 멘토(Mentor)를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골퍼들 대부분은 특별한 멘토가 없이 골프를 하고 있어서 고생은 갑절로 하면서 매너를 잘 익히지도 못하는 것 같다.
라운드 동안 플레이의 선, 퍼트의 선을 설명하며 동반자가 쾌적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의를 갖추는 것부터 각종 규칙, 트러블 샷 요령, 프리샷 루틴의 중요성, 퍼팅의 요령, 어프로치 일관성 유지 방법 등을 정성껏 가르쳐 주었다. 라운드 후 고마워하는 그를 보며 골프문화 일등 선진국이 되려면 많은 선배 골퍼들이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멘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스코어가 좋거나 내기에 강한 골퍼는 많지만, 존경 받을만한 성숙한 골퍼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나는 '골프 기술자는 많아도 선생은 귀하다'라고 말한다.
“유익한 것은 무엇이든지 공중 앞에서나 각 집에서나 거리낌이 없이 여러분에게 전하여 가르치고”(행 20:20)
고려청자를 만든 소중한 기술이 후계자에게 전수되지 않아 더 이상 만들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즈음 대한민국 국새 제작 과정에 의혹이 많다는 뉴스가 터져 나오는데, 과거의 좋은 전통 기술이 전수되지 못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요즈음에는 회사에서도 후배에게 노하우를 알려 주지 않거나,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 청기와 장사 같은 선배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혼자 잘 살자고 발버둥쳐도 때가 되면 결국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다. 선한 청지기의 모습을 가진 선배들이 멘토가 될 때 사회는 모두가 행복한 좋은 터전이 되는 것처럼 좋은 멘토가 많아지면 우리 나라의 골프의 격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흔히 멘토링의 좋은 모델로 예수님과 열 두 제자, 모세와 여호수아, 바울과 디모데를 꼽는데, 좋은 멘토링은 경영에서나 골프에서 모두 함께 승리하는 상생의 길이다.
내가 과거에 경영자로서 직원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었을 때 회사 실적은 무척 좋았고, 골퍼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려고 노력하였을 때, 코치로서 상담자로서 또는 인도자로서 모범을 보이는 역할을 하며 나의 골프도 많이 성숙해졌다.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해서 연구하며 훈련하였고 후배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차분히 글로 정리하였던 것이 어느새 칼럼니스트가 되어 전문가의 대우를 받게 되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 과외 지도를 할 때, 영어를 지도하면서 내 실력이 크게 발전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옛말에도 '가르치며 배운다'고 하였다. 골퍼들이여, 모름지기 좋은 멘토와 멘티가 되어 보시라. 초보자 멘티들이 여러분들의 좋은 본보기를 배워 잘 성장할 것이며, 멘토가 된 여러분들은 실력자가 되고 더욱 성숙하게 될 것이다. 결국 진정한 보람과 열매는 베푸는 멘토가 먼저 받게 되는 것이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는 진정한 멘토들이 많이 생길 때 골프 문화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며 모든 골퍼들이 더욱 행복한 골프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너희는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빌4:9)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