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돈되는 그린에너지 풍력시장 잡아라”
입력 2010-09-06 19:04
울산 현대중공업 제2조선소 방파제에는 다른 조선소와 달리 높이 70m, 날개 길이 37m의 1.65㎿급 풍력발전기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여기서 800가구가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 선박 제작설비 등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업계에 풍력발전사업 경쟁이 한창이다. 풍력발전은 1㎿급 발전기 1대를 운영해 2GWh의 전력을 생산할 경우 연간 600∼1000t의 석탄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래가 밝다는 얘기다. 이미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 등 4대 업체에는 풍력발전기 생산공장 준공 및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9일 경남 거제시에 연산 500㎿ 규모의 발전기 생산공장을 준공했다고 6일 밝혔다. 풍력발전기 메인샤프트(회전축) 조립장비 등 40종의 기계설비를 완비한 이 공장에서는 2.5㎿급 풍력발전기를 연간 200기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월 미국 시엘로로부터 2.5㎿급 풍력발전기 3기를 수주해 이미 1호기를 수출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전북 군산시에 국내 최대인 연산 600㎿ 규모 발전기 공장을 준공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1.65㎿급 풍력발전기는 파키스탄 남서부 신드지역의 풍력단지에 설치돼 내년부터 6만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향후 2∼5㎿급으로 품목을 다양화하고 2013년까지 생산능력을 연간 800㎿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웨이브 윈드와 1.65㎿ 풍력발전기 6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은 중국 웨이하이에도 연내 2㎿급 풍력발전기 터빈을 최대 600㎿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3월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정부와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연간 최대 600여기의 풍력발전기용 날개(블레이드)와 250여기의 몸체(타워)를 생산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풍력발전기 업체 드윈드를 지난해 5000만 달러에 인수, 풍력발전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드윈드는 올 초 미국 텍사스주에 설치될 2㎿급 풍력발전기 10기를 수주했다.
또한 STX그룹은 지난해 7월 네덜란드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STX윈드파워를 인수했다. STX윈드파워는 이후 루마니아에서 2㎿급 풍력발전설비 6기를 수주했으며 올 들어서는 터키, 네덜란드, 이라크에 2㎿급 풍력발전설비 25대를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풍력발전사업이 대형 선박 제조시스템으로 노하우를 축적한 조선업체들에 유리한 만큼 향후 업체들의 투자와 글로벌시장 공략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북미 지역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고 유럽과 중국 등으로 시장을 확대, 2020년까지 세계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3위권으로 올라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STX그룹 측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강화를 통한 기업성장을 위해 투자와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