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특채 개편 방향은… 공직적격시험·정기 선발 검토
입력 2010-09-06 18:51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혜 비리로 정부 부처마다 개별적으로 5급 사무관을 특별 채용하는 현재의 인사 시스템이 대폭 개편될 전망이다.
공직 진출 과정에서 기득권층의 자녀가 직·간접적으로 우대받는 ‘음서(蔭敍)’ 논란이 불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급 특채 어떻게 바뀌나=행정안전부는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5급 특채 시험의 객관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각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특채가 폐쇄적으로 운영돼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내년부터 도입하는 전문가 특채 면접시험 때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을 가려낼 수 있는 공직적격성 시험(PSAT)을 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면접만으로 유능한 인재를 가려내는 데 따른 부작용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또 부처별 특채 수요를 취합해 1년에 한두 차례 일괄 공고를 내고 선발 시험을 공동으로 치러 특채의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로스쿨 출신 등 변호사와 박사 등 특정 계층이 대거 선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줄이기 위해 ‘직종별 상한제’ 도입도 고려 중이다. 행안부가 각 부처의 직종별 인사 수요를 파악해 전체 모집 인원 중 특정 직종의 상한을 설정하겠다는 뜻이다.
행안부는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추진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 오는 16일 대국민 공개 토론회를 열어 국민 여론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행정고시를 5급 공채시험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하고 채용 인원의 절반을 각계 민간 전문가 중에서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특별 채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 특채 비율 줄어드나=정치권은 내년부터 도입하는 민간 전문가 특채 비율의 상한선을 제한할 방침이다. 필기시험을 보지 않고 선발하는 민간인 특채가 너무 많으면 다른 일반 시험 준비생들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간인 특채비율을 최고 50%에서 30∼40%로 낮추거나 유예 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한나라당 내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당초 행안부는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통해 현재 27%인 특채 비율을 3∼4년 후에는 최고 5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논의와는 달리 행안부는 특채비율을 축소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다양한 인재를 국정에 참여시키는 장점이 있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채용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해 “일각에서 갑자기 행정고시가 없어지고 정원의 절반이 특채로 선발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면서 “행정고시의 이름만 5급 공채 시험으로 바뀌는 것이며 특채 인원도 천천히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맹 장관은 “내년 특채 선발 비율을 지난해의 27.6%와 유사한 30%에서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50%까지 늘려가는 것은 과거 10년간 평균 특채비율이 37.4%라는 점에서 공채 선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90년대 후반부터 개천에서 용 난다기보다는 명문대 출신이면서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로 고시에 합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영농후계자나 중소기업, 사회복지시설 출신 등 사회 각 분야 전문가를 고루 발탁하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한 분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