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딸’ 뽑으려 특혜·불법 총동원했다… 행안부, 외교부 특감결과 발표

입력 2010-09-07 01:13

외교통상부가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전문계약직 공무원 특채 공모에 지원한 유명환 장관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점수를 만점 가까이 주는 등 온갖 특혜와 불법행위를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특별 감사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관련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공정 사회’를 집권 하반기 핵심 국정 기조로 천명하고 기득권층의 솔선수범을 강조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행안부는 이날 외교부에 대한 특별 인사 감사 결과, 유 장관의 딸이 응시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한충희 외교부 인사기획관 등이 관계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 기획관은 제척사유가 있는 자는 시험위원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관의 딸’ 유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전형과 면접에 직접 참여하는 등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임용시험령을 위반했다.

외교부는 또 유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시험관리 과정을 임의로 변경했다. 2009년 이후 시행된 6차례의 특채 중 4차례는 어학 요건이 ‘토플(TOEFL)과 텝스(TEPS)’로 돼 있었지만 유씨가 응시한 2번의 특채에서는 텝스만으로 제한했다. 게다가 통상 관련 법적 분쟁 등을 다루는 FTA 담당자를 선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격 요건을 업무 유관성이 높은 변호사 대신 ‘석사 후 2년 경력자’로 정했다. 이 두 가지 요건은 유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외교부는 심지어 유씨의 영어점수를 높이기 위해 서류 접수기간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늘렸다. 이 결과 유씨는 앞서 제출한 점수보다 50점 정도 높은 영어점수를 추가로 제출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특혜에도 불구하고 외부 면접위원 3명이 유씨가 아닌 다른 응시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자 한 기획관 등 외교부 공무원 2명은 유씨에게 만점에 가까운 면접점수를 줬다. 이들은 또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실제 근무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외교부 근무 경험이 있는 유씨를 채용토록 유도했다.

행안부는 유씨외에 2000년 이후 특채로 들어온 다른 외교관 자녀 7명에 대해 채용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2면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