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승호 송환 결정… 남측 수해지원 시사에 화답한 듯

입력 2010-09-06 22:09


북한이 지난달 8일 동해에서 나포했던 대승호를 풀어주겠다고 6일 전격 통보한 것은 남측이 수해 지원 차원에서 민간의 쌀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화답 성격이 짙다. 또 최근 6자회담 재개 무드와 맞물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도 해석된다.

북측 조선중앙통신은 대승호의 송환 배경을 설명하면서 “남조선적십자가 돌려보내줄 것을 요청한 것을 고려해 동포애적이고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남측이 제안한 수해 지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민간에 의해서 긴급구호 성격을 갖는 대북 지원신청이 있으면 그것이 밀가루든 옥수수든 쌀이든 전향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적십자사는 지난달 31일 북측에 100억원 상당의 긴급 구호물자를 지원하겠다고 전통문을 발송했었다. 북측은 아직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수해 복구를 위해 남측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승호 사건을 해결한 것”이라며 “준정부 기구 성격이 있는 남북적십자회담 등이 이어지면서 남북 당국 간 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다 큰 틀에서는 북측이 천안함 경색 국면을 풀고,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위한 출구전략 차원에서 대승호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미·중 등이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며 신중히 움직이는 상황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의 선행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가장 부담이 덜한 대승호 송환을 통해 대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이미 6자회담을 언급했다”며 “미국에는 억류됐던 말리 곰즈를 풀어주고, 남측에는 대승호를 풀어주면서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향후 북측이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서 대화의 돌파구를 여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지나친 장밋빛 해석은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당대표자회 등 여러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어 안팎으로 안정된 환경을 조성하고자 대승호를 송환했다는 관측이 있기 때문이다. 대승호 선원 7명 가운데 중국인 3명이 포함돼 있어 애초 북측이 무작정 대승호와 선원들을 억류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