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장관, 얼마나 개입했나… ‘특채’ 전부 보고받았다
입력 2010-09-06 22:26
외교통상부 특채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유명환 장관의 개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외교부의 특채 비리를 조사한 행정안전부는 6일 유 장관의 개입 여부에 대해 조사를 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 인사담당자들이 텝스(TEPS) 시험 결과 발표 이후로 서류접수 기한을 늘려 잡았다는 점에서 유 장관에게 시험 일정을 직접 지시 받았거나 딸 유씨로부터 관련 정보를 입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류 전형 접수기간 왜 늘렸나=특채 원서접수는 시험공고 후 통상 10∼15일 이내에 종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7월 16일 재공고 후 26일이 지난 8월 11일에야 접수를 종료했다.
행안부는 외교부가 서류접수 기간을 늘려 잡은 것은 지난달 10일 나온 텝스 성적 결과 발표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했다. 1차 시험공고 당시 유 장관의 딸이 제출한 영어시험 성적표가 기한 만료로 인정받지 못하자 유씨가 성적표를 다시 제출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줬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유씨는 영어성적을 종전보다 50점 더 높일 수 있었고, 전체 응시자 중 가장 높은 영어점수를 받았다.
외교부가 민간의 공인영어 시험 결과 발표에 맞춰 특채 일정을 일부러 조정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유 장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유 장관은 딸 유씨가 응시한 특채 채용계획과 결과에 대해 낱낱이 보고받고 있었다. 행안부는 외교부 한충희 인사기획관이 유 장관에게 채용 계획과 결과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그러나 “한 기획관이 재공고 일정 등을 보고했는지 여부와 이 과정에서 별도의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쟁자는 과락, 장관 딸은 20점 만점에 19점=특채과정에 참여한 5명의 시험위원 중 한 인사기획관과 대사 출신의 고위공무원 등 2명의 외교부 고위공무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장관의 딸’ 유씨에게 20점 만점에 각각 19점을 부여했다.
이들은 그러나 유씨의 경쟁자에게는 박한 점수를 매겼다. 이들 중 한 명은 과락인 12점을 매겼고, 다른 한 명은 17점을 줬다.
이에 따라 유씨의 경쟁자는 외부에서 위촉된 심사위원 3명으로부터 유씨보다 나은 점수를 받았지만 총점에서 7점 뒤져 탈락했다.
결국 정부의 특채 공고를 보고 발품을 팔며 서류를 제출한 지원자와 서류심사를 통과해 열심히 면접을 준비한 응시생들은 유 장관의 딸을 위해 준비된 시험에서 들러리 노릇만 한 셈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부기관으로서 공정성과 도덕성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조윤명 행안부 인사실장은 “내부위원 2명이 유 장관 딸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부여하는 등 심사 과정에서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