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 베팅하라”… 국부펀드 ‘총성없는 錢爭’

입력 2010-09-07 01:21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각국 국부펀드들이 ‘영토 전쟁’에 돌입했다. 방아쇠는 중국과 중동이 당겼다. 채권·주식을 선호하던 고전적 투자방식은 벗어던졌다. 부동산, 기업 인수·합병(M&A)은 물론 석탄·전력·항만·에너지 자원 등으로 대상을 넓혔다.

국부펀드란 국가가 모아둔 달러 유로화로 다른 나라의 증권 주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선발주자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대만은 싱가포르의 테마섹 같은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인도, 일본도 국부펀드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현재 운용하는 국부펀드 총 규모는 4조 달러에 육박한다.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국부펀드에 지금은 2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다”라고 말한다.

◇돈 되는 곳에 그들이 있다=중국투자공사(CIC)는 최근 미국 하버드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07년 2000억 달러로 시작한 CIC는 중국의 대표적 국부펀드다. CIC는 하버드대 기부금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12개 부동산펀드 가운데 6개를 5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에 도장을 찍기 직전이다. 미국 대학 가운데 최대 규모인 하버드대 기부금펀드(260억 달러)는 지난해 50% 이상 손실률을 기록했다. 이 떄뮨에 하버드대는 최근 부동산펀드를 모건스탠리 등 대형은행에 매각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CIC는 캐나다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 에셋 매니지먼트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운용자산 240억 달러를 보유한 브룩필드 에셋 매니지먼트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부동산, 전력,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회사다. CIC는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의해 국영기업 3곳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전력회사, 항만운영회사, 석탄 생산기업이 대상이다.

자산규모 6270억 달러로 부동의 1위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손이다. ADIA는 최근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지분 10%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 런던의 개트윅공항 지분 15%를 인수하기도 했다.

◇왜 공격투자 나서나=국부펀드들은 세계경제가 회복 흐름을 타자 고위험·고수익 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로 대부분 자산가격이 추락했기 때문에 지금이 싸게 살 수 있는 때”라며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지난 20년 동안 최저 수준까지 조정이 이뤄졌다. 앞으로 5년간 1조 달러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부채가 만기도래할 예정이라 헐값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자원·신기술 확보라는 목적도 숨어 있다. 국부펀드를 이용해 자원·에너지·신성장산업 기업을 사들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는 방어용 국부펀드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2005년 출발한 우리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 6월 말 현재 자산규모 303억 달러로 세계 19위다. 그나마 운용 자산규모가 2006년 10억 달러, 2007년 154억8512만 달러, 2008년 215억7459만 달러, 지난해 296억283만 달러로 수직상승 중이다.

KIC가 채우지 못한 부분은 연기금이 메우고 있다. 자원 관련 공기업들도 활발하게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일본 도쿄 KDX빌딩,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 영국 런던 HSBC타워, 프랑스 ‘오 파리노’ 쇼핑몰 등에 잇따라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10%인 해외 자산 비중을 5년 내 20%(100조원)까지 높일 예정이다. 해마다 10조원 넘게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